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취임 한 달을 지나면서 ‘유능한 경제정당론’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8전당대회 직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등 통합행보와 경제 챙기기로 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당직 탕평인사와 관련해서는 뒤로 갈수록 계파 논란에 발목을 잡히고 있어 불안요소라는 지적이다.
문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주도 성장, 조세정의, 경제 민주화를 함께 이루는 유능한 경제정당의 구체적 방안을 마련할 기구를 출범시킬 것”이라며 “경제성장의 과실을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는 포용적 성장을 위해 동참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능한 경제정당을 위한 여러 가지 구상을 갖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산하에 국민경제연구소 등을 신설하는 방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정책연구원장인 민병두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새경제연합’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새 경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신(新)산업전략, 소득주도 성장, 일하는 복지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10일부터 당 대표·최고위원단 및 당내 계파 수장급이 참여하는 초계파 경제정책 모임을 정례화할 방침이다.
문 대표는 취임 이튿날 제1야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전격 방문하면서 달라진 광폭 행보를 예고했다. 안철수 의원, 박원순 시장 등 대권 경쟁자들과 만나는가 하면 대한상공회의소와 대한노인회를 찾아 중도층 공략에 공을 들였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당 지지율은 30%대를 회복했고, ‘문재인 체제’의 첫 한 달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러나 당직 인선은 절반의 탕평에 머물고 있다. 비서실장·사무총장·정책위의장·전략홍보본부장·대변인 등 핵심 당직에 비노무현계 혹은 계파색이 옅은 인물을 임명하면서 출발은 무난했다. 하지만 문 대표가 친노계인 김경협 사무부총장 임명을 관철하는 과정에서 비노계가 반발했고, 박영선 의원이 거론되는 공천혁신추진단장 임명도 보류됐다. 약 5명인 부대변인 인사 역시 계파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 친노계가 임명되면 탕평론이 무색해지고, 친노계를 배제하면 당무가 제대로 안 돌아가는 ‘탕평의 덫’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최고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전에 상의 없이 당직 인선을 통보하는 일들이 있어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문 대표의 소통 부족과 매끄럽지 못한 일처리 과정을 지적했다. 문 대표는 지난달 13일 당시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을 위한 공동여론조사를 제안했다가 ‘아마추어리즘’이라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지난 5일 전북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은 필수”라고 발언한 것도 향후 부담이 될 수 있다. 문 대표의 리더십은 4·29보궐선거 공천과 선거 성적표에 따라 본격적인 평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문재인 대표 취임 한달, 통합행보 긍정적 평가 속 탕평인사는 ‘절반의 성공’
입력 2015-03-10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