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현지시간) 총선을 앞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퇴진과 정권교체를 외치는 수만명의 시위행진이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 도심을 가득 메웠다.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은 7일 오후 ‘이스라엘은 변화를 원한다’는 구호 아래 3만5000여명의 인파가 텔아비브 도심 라빈 광장에 운집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언론도 군중이 네타냐후 총리 별명인 ‘비비(Bibi)’를 연호하며 “당신은 실패했다.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고 전했다.
이날 집회의 중심에는 메이어 다간 전 모사드 국장이 있었다. 그간 네타냐후 정권에 대해 날선 비판을 이어오던 다간 전 국장은 “이스라엘이 적으로 둘러싸인 나라지만 그들이 두렵지 않다. 오히려 비전 없고 갈 길도, 결단력도 잃은 우리의 리더십(집권세력)이 더 두렵다”고 질타했다.
특히 지난주 논란이 된 미국 의회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과 서방의 핵 협상에 대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 최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이스라엘에 전략적 피해를 야기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현 집권 우파정부의 팔레스타인 정책 역시 ‘인종차별 정책’으로 규탄한 다간 전 국장은 이스라엘의 리더십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우리에겐 오직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싸우는 지도자가 있을 뿐”이라고 네타냐후 총리를 정조준했다.
지난해 가자지구 전투에서 숨진 이스라엘군 대령 돌레브 케이더의 아내 미카엘 케스턴 케이더도 연단에 올라 “선거운동 기간, 지난여름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이 흘린 피는 잊혀졌다”면서 “전쟁을 피하게 할 사람한테 투표하자”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지금 바꾸자’ ‘됐다 비비, 그만해라’ 등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연사들의 발언에 열띤 호응을 보냈다.
시위대 대부분은 네타냐후 총리와 집권 리쿠드당에 반대하는 좌파 또는 중도파 정당들의 지지자들로 알려졌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총선 판세에 대해 리쿠드당과 야권연합인 시오니스트연합 모두 확실한 승기를 잡지 못한 채 리쿠드당이 근소하게 앞서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전쟁 피할 지도자 뽑자”… 총선 앞둔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
입력 2015-03-10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