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우(27·창원대 메카융합학과 2학년·사진)씨는 1998년 외환위기 사태를 잊지 못한다. 경제난에 온 식구가 뿔뿔이 흩어졌다.
조씨도 부모 곁을 떠나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빨리 돈을 벌고 싶었다. 인문계 고등학교 대신 부산기계공고에 진학한 이유다.
비행기에 관심이 많았던 조씨는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07년 전국기능경기대회 CNC 선반 직종에서 은메달을 땄다. 2009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통령을 만났고 카퍼레이드 환영식도 열렸다. 여러 대기업이 기술을 갖춘 조씨를 채용하려 했다.
삼성테크윈에 항공기엔진 정밀기계가공직으로 취업했다. 높은 연봉을 받는 이른바 ‘신의 직장’이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배움의 열망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대학생이 돼서 전문지식을 더 배우고 싶다는 오랜 꿈이었다.
지난해 우연히 회사 게시판에서 창원대의 특성화고 출신 재직자 특별전형을 접한 게 전환점이 됐다.
입학이 쉽지는 않았다. 조씨는 26세 늦은 나이에 중·고교 수학 EBS 교재를 샀다. 짬을 내서 인터넷 강의도 들었다. 결국 창원대에 합격했다. 3교대 근무를 하던 조씨는 회사에 입학 사실을 알렸고, 서로 근무조를 바꿔주는 동료들의 배려도 이어졌다. 그는 “늦었지만 배울 수 있다는 사실에 매일 매일이 새롭고 즐겁다”며 “학교에서 배운 전공지식이 내가 일하는 곳에서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전공 수업 내용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조씨의 사례가 포함된 ‘선취업 후진학자 체험수기집’을 9일 발간했다. 수기집에는 올 초 공모를 통해 선정된 우수 사례 15편이 수록됐다.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는 늦깎이 학생들의 즐거움이 생생하게 담겼다.
2009년 도입된 ‘선취업 후진학 제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했다가 늦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하는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졸 재직자들이 일과 학습을 병행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현장 의견수렴을 거쳐 6월 후진학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조재우씨 교육부·대교협 ‘체험수기집’ 발간 “선취업 후진학으로 일과 학업 다 잡았어요”
입력 2015-03-10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