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기관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기업들의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에는 많은 수의 장차관 출신이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9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10대 그룹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선임(신규·재선임)하는 사외이사 119명 가운데 47명(39.5%)이 장차관·판검사,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권력기관 출신 중 정부 고위직 출신이 1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판검사(12명) 공정위(8명) 국세청(7명) 금감원(2명) 출신이 뒤를 이었다. 전직 장차관 출신이 12명으로 지난해(6명)보다 2배 늘었다.
삼성생명은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과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삼성SDI는 노민기 전 노동부 차관을 각각 사외이사로 재선임한다. 기아자동차는 20일 열리는 주총에서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SK C&C(하금열 전 대통령실장) SK텔레콤(이재훈 전 산업자원부 차관) 등 SK그룹 계열사들도 정부 고위직 출신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은 각각 문성우 전 법무부 차관과 김성호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사외이사에 앉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박병원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김대기 전 수석은 SK이노베이션의 사외이사도 맡을 예정이다.
국세청 출신들도 다수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낸 이병국(현대차) 전형수(GS글로벌) 이주석(대한항공)씨와 박차석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롯데제과) 등이 올해 사외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판검사와 공정거래위원회 고위직 출신도 사외이사에 여럿 포진됐다. 김준규 전 검찰총장(현대글로비스) 홍만표 전 대검 기획조정부장(LG전자) 변동걸 전 서울중앙지법 원장(삼성정밀화학) 등이 법조계 출신 사외이사다.
LG그룹은 사외이사 13명 가운데 1명만 검찰 출신으로 선임해 권력기관 비중(7.7%)이 가장 낮았다. 반면 두산그룹은 9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8명(88.9%)을 권력기관 출신으로 채웠고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한진그룹의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각각 50.0%였다.
기업들이 사외이사 자리를 권력기관 출신으로 채우면서 사외이사 제도가 권력과 재벌이 상부상조하는 시스템이 돼 가고 있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들은 오너 일가로 구성된 경영진의 방만 경영과 독단적 결정을 감시·견제하기보다는 기업에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재벌은 권력층을 좋아해… 장차관 출신 사외이사 영입 작년의 2배
입력 2015-03-10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