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방적 임금인상 요구는 개성공단 국제화에 걸림돌일 뿐

입력 2015-03-10 02:29
개성공단은 남북한 화해협력의 상징이다. 남한의 기술·자본과 북한의 노동력이 결합해 누계 생산액으로 따져 26억 달러의 성과를 올렸다. 남한에서 진출한 124개 중소기업에서 북한 근로자 5만4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통일에 대비한 남북한 경제협력에 더없이 좋은 모델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유지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따금 북한이 터무니없는 요구로 공단 운영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은 지난달 24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의 월 최저임금을 3월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한다고 우리 측에 일방적으로 통보해 왔다. 이에 우리 정부는 강한 유감 표시와 함께 수용불가 입장을 밝히며 그 문제를 논의할 공동위원회를 오는 13일 열자고 제의했으나 북은 응하지 않고 있다.

북의 일방적인 임금인상(노동규정 개정) 통보는 남북이 공단을 공동으로 운영키로 합의한 법규 위반이다. 남북은 공단 운영과 관련한 각종 합의서에서 제도개선 사항은 남북 당국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임금과 관련한 북의 일방 통보는 공단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것이어서 우리 정부의 원칙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 이런 요구를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앞으로 상식에 벗어난 요구를 끊임없이 해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북은 2009년 근로자 임금을 무려 300달러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해 남측을 난처하게 만든 바 있다. 또 2013년에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계기로 남북 간 긴장을 한껏 고조시키면서 공단을 5개월간 일방적으로 폐쇄한 적도 있다. 그때마다 우리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인내심을 갖고 대응해 고비를 잘 넘겼다. 폐쇄된 공단을 재가동하면서는 공단의 ‘국제화’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외국인투자지원센터 개소가 그것이다.

정부가 이번 북의 엉뚱한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전폭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 요청에 따라 기업들이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종전대로 지급할 경우 북측이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온갖 방법으로 기업들을 괴롭힐 수도 있다. 그럴수록 정부와 기업은 한마음으로 협력해 북의 꼼수에 맞서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가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야 함은 당연하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개성공단 운영과 관련한 북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겠다. 북에 막대한 경제적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끌려다닐 이유가 전혀 없다. 공단의 성패는 안정성에 달려 있다. 북한 당국이 남북 합의사항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면 어느 기업이 추가로 진출하겠는가. 북의 못된 버릇이 고쳐지지 않을 경우 외국기업 유치는 영영 불가능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