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권의 보신주의를 재차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권이 리스크를 감수해야 민자사업이 탄력을 받고 경기가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9일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현장을 찾아 연 간담회에서 “제조업 등 다른 산업은 죽기 살기로 상품을 개발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려 하는데 금융업은 예대 금리 차이만 바라보고 있다”며 “일자리, 부가가치 창출을 못하는 것은 물론 세금도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이 고장 났다’며 강하게 질타한 지 5일 만이다. 그는 간담회에 참석한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유동성이 풍부하고 저금리인 지금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창의적 상품을 내놓아야 투자가 일어나는 것 아니겠느냐”며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산업은행을 꼬집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산업은행이 리스크를 감수한 투자를 안 하고 일반 상업은행처럼 대출 위주의 영업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민영화를 한다고 했다가 정책금융공사와 합쳐지는 등 여러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는 금융 기능이) 약해진 측면이 있지만 정부도 리스크 때문에 투자가 안 되는 산업이나 신성장 산업을 지원하라고 기업투자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업투자 프로그램은 산업은행이 15조원 규모를 지원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민자사업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민간과 정부가 사업 리스크를 합리적으로 나누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민간의 투자 유인을 높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판 뉴딜 정책’을 통해 침체돼 있는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이 사업을 추진하는 데 드는 최소비용을 재정으로 보장해주되 초과 수익이 나는 경우 주무관청과 투자자가 공유하는 손익공유형(BOA)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안에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경제성장 둔화, 급속한 고령화로 재정 여력이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기반시설 확대를 위해 민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했다.
세종=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최경환 “정부·민간 리스크 분담… 투자 활성화”
입력 2015-03-10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