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끝까지 배에 남아 학생들을 구하고 숨진 고(故) 최혜정 단원고 교사와 세월호 박지영 승무원이 미국 공익재단으로부터 추모 메달을 받았다.
‘포 채플린스 메모리얼 파운데이션’은 8일(현지시간) 과거 해군기지였던 미국 필라델피아 네이비야드에서 ‘골드메달 시상식’을 갖고 타인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한 이들의 넋을 기려 최고상인 ‘골드메달’을 수여했다.
최 교사의 부모인 최재규씨와 송명순씨, 박 승무원의 어머니인 이시윤씨와 이모부 유진규씨가 하늘나라에 있는 이들을 대신해 상을 받았다. 가족들은 당초 소식을 듣고 ‘아픈 기억을 되살리게 한다’며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을 생각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상식에서도 사랑하는 자녀를 잃은 슬픔이 더 큰 듯 시종일관 굳은 표정이었다.
재단 측은 “최 교사는 승객들에게 위험을 알리려고 마지막까지 온갖 노력을 다했다.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고 아래로 내려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박 승무원에 대해서는 “모든 승객이 탈출할 때까지 나가지 않겠다며 물이 허리까지 차올랐는데도 승객들을 탈출구로 밀어 목숨을 구했다”고 밝혔다.
루이스 카발리어 재단 회장은 “두 사람의 구조 활동이 재단 설립의 계기가 된 성직자들의 희생정신과 다를 바 없다”면서 “이들의 희생정신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재단은 1943년 독일에 피격돼 침몰한 미군 함정에서 자신들의 구명조끼를 병사들에게 벗어주고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한 성직자 4명을 기리려고 1951년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이 만든 민간 공익재단이다.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해리 트루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지미 카터, 로널드 레이건 등 4명만 골드메달을 수상했다.
최 교사의 어머니와 박 승무원의 어머니는 함께 수상 소감문을 읽어나갔다. 딸을 잃은 슬픔에 울먹이면서도 “딸들이 남긴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평생 남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수상은 지난해 ‘봉사상’ 수상자인 동포들의 추천이 계기가 됐다. 펜실베이니아주 한인미용재료협회 오윤근 회장과 문영환 고문은 최 교사와 박 승무원을 ‘인명구조상’에 추천했고, 재단 이사회는 1개월여에 걸친 심사를 거쳐 추천된 상보다 높은 최고상 수여를 결정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세월호 영웅’ 고 최혜정 교사·박지영 승무원, 美 민간 공익재단서 ‘골드메달’ 받았다
입력 2015-03-10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