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주춤했던 외풍이 금융권을 다시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KB금융 사태를 겪으면서 홍역을 치렀던 금융권에 최근 들어 관치는 물론 정치 바람까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번에도 그 중심에 KB금융이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KB금융의 추태도 따지고 보면 각각 외부의 다른 ‘힘’을 믿는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세력다툼에서 비롯됐다. 권력을 등에 업은 경영진의 집안싸움으로 위상이 크게 추락한 KB금융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이 또 작용한 듯한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일 KB캐피탈 사장이 된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의 경우다. 내분 사태의 핵심 당사자로 책임을 지고 물러났던 인사가 6개월도 되지 않아 화려하게 돌아온 것이다. 그 자리에 KB금융 현직 임원이 내정돼 있었음에도 그를 밀어냈다. 창립 때부터 6년간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회장을 맡았다는 것이 결정적 작용을 했을 것으로 금융권 안팎에서 보는 이유다.
국민은행 감사의 장기 공백과 KB금융지주 사장직 부활 무산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책임이 막강한 감사를 2개월 이상 비워둔 것이나 작년 11월 취임한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KB금융지주 사장직 부활이 사실상 백지화된 것도 결국 정부와 정치권의 과도한 인사 청탁을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다보니 윤 회장 취임 4개월이 되도록 경영진 구성도 마무리짓지 못했다. 우리은행 등 일부 금융회사의 사외이사에 금융과 무관한 낙하산 인사들이 자리 잡은 것도 전형적인 외압이다. 특히 조만간 이뤄질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예금보험공사 사장 인선에서 또 어떤 힘이 작용할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4대 개혁 대상에 금융을 포함해 놓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4일 금융 당국과 금융업을 겨냥해 “뭔가 고장났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과감한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후보자도 내정 직후 “가장 중요한 일은 금융개혁”이라고 했다. 정부와 정치권이 후진적 금융 행태를 일삼으면서 금융권에는 변화를 요구하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이런 자기모순이 또 어디 있나.
[사설] 금융계에 부는 퇴행적 정치바람 언제나 잦아들까
입력 2015-03-10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