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9일 귀국 직후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찾았다. 박 대통령 자신이 9년 전 비슷한 테러 사건을 겪은 당사자로서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감정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주한 미국대사 테러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 관계는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도 있다.
◇박 대통령 “어쩌면 그리 비슷한지”=박 대통령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20층 병실에 입원 중인 리퍼트 대사의 환담은 10여분간 이어졌다. 한·미 양국 관계 발전 외에 테러 사건과 관련한 박 대통령과 리퍼트 대사의 인연이 주요 주제였다.
박 대통령은 특히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대표로서 지원연설에 나섰다 테러를 당한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그렇게 비슷한 점이 많은지요”라며 “상처 부위나 2시간 반 동안 수술을 받은 것도 그렇고, 당시 의료진이 얼굴 상처가 조금만 더 길고 깊었더라도 큰일 날 뻔했다고 했는데 그것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또 “(2006년 당시) 의료진이 ‘하늘이 도왔다’고 말씀했는데 이번 대사님과 관련해서도 ‘하늘이 도왔다’는 얘기를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뭔가 하늘의 뜻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리퍼트 대사는 “대통령과 같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것도 큰 인연”이라며 “이곳 의료진이 과거 대통령님을 수술한 경험이 있어서 저를 수술하기가 훨씬 수월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대통령께 많은 빚을 졌다. 덕분에 더 안전한 수술을 받고 수술 결과도 좋게 됐다. 여러모로 빚을 진 것 같다”고 화답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윤도흠 세브란스병원장 등을 만나 리퍼트 대사 치료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병원 방문에는 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 김성우 홍보수석, 민경욱 대변인 등이 수행했다.
◇기내 간담회서 “여야 만나겠다” 순방 성과 설명=박 대통령은 앞서 카타르 도하에서 귀국길에 오른 직후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동행 취재진과 15분가량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해 11월에 이은 취임 후 두 번째 기내 간담회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순방 성과 설명을 위한 여야 대표 회동에 대해 “날짜를 서로 조정해서 만나야 되겠다”고 말했다. 또 중동 순방의 성과도 자세히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순방을) 떠날 때 ‘제2의 중동 붐’을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로 말씀드렸는데 이번에 그것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기업의 2022년 카타르월드컵 인프라 건설 참여와 관련해 “(카타르 국왕이) 한국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유리하게 해주도록 지시를 다 내렸다는 말씀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고급 청년 인력의 중동 진출에 대해선 “중동에 와서 보니 법률 전문가, 의료진 등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일할 수 있는 데가 많이 있다”며 “우리가 해외로라도 청년들이 갈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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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10 03:52 수정 2015-03-10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