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4개국 순방 목적은 제2의 중동 붐을 조성하는 데 있었다. 좀처럼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중동에서 찾기 위해서다. 역대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한 것도,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첫 해외 순방지로 중동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순방기간 우리나라는 이들 나라들과 총 44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고, ‘일대일 상담회’를 통해 1조원대의 계약을 성사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처음 시도한 일대일 상담회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청와대도 9일 “중동지역 국가들과의 전통적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보건, 의료, ICT(정보통신기술), 식품, 사이버 보안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서도 협력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만족하긴 이르다. 분명 작지 않은 성과임에 틀림없으나 합의사항이 100% 현실화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MOU는 말 그대로 구속력 없는 문서에 불과해 상대국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그만이다. 그런데도 일부 부처는 MOU 체결만으로 수천억원대 사업이 확정된 것처럼 부풀리기를 했다. 나중에야 어찌됐든 당장 순방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국민을 우롱하는 구태를 답습하고 있다. 정부는 뻥튀기 논란으로 국회 국정조사 심판대에 오른 이명박정부의 자원외교를 까맣게 잊은 듯하다.
중동 각국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 대비해 산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끼어들 소지는 충분하다는 얘기다. 기존 건설산업은 물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첨단 분야까지 활발하게 진출해야 제2의 중동 붐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유지해 실현 가능성 높은 것부터 추진해 나가야 한다. 청와대의 자평이 공수표가 되지 않도록 후속 조치 마련에 한치의 소홀함도 있어선 안 된다.
[사설] 朴 대통령 중동순방 성과 현실로 이어져야
입력 2015-03-10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