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최근 획기적인 축구 진흥방안을 내놨다. 지난달 28일 시진핑 주석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중국 지도부는 축구 개혁 종합방안을 심의해 통과시켰다. 핵심은 유소년 축구 육성에 있었다. 축구를 초·중등 과정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2017년까지 2만개 안팎의 축구 특색학교를 만든다는 것이 골자다. 또 매년 축구 전문지도자 6000명을 양성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이 ‘축구굴기’를 들고 나온 것은 ‘축구광’으로 유명한 시 주석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알려진 대로 시 주석은 ‘월드컵 본선 진출·개최·우승’을 ‘세 가지 소원’으로 꼽을 만큼 축구에 쏟는 관심이 지대하다.
중국 스포츠는 2008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금메달 수에서 세계 1위에 올랐다. 1984 LA올림픽에서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이래 최강국 미국을 제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미국에 1위를 내줬지만 스포츠에서도 G2의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축구 한 종목만 놓고 보면 중국은 아시아권에서조차 변방국이다. 월드컵 무대는 2002 한일월드컵에 단 한 차례 밟은 것이 고작이다.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축구 한 종목을 집중 육성할 경우 조만간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동아시아 축구 강국으로 떠오를 날도 머지않았다. 시 주석 집권 후 투자를 시작한 중국 프로리그의 수준이 벌써 한·일 프로리그를 위협한다는 소식마저 들리고 있다.
스포츠 산업은 신성장 동력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축구에 대한 시 주석의 관심이 선수 양성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축구 중흥을 내걸었지만 중국 지도부는 축구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스포츠 산업의 비중을 큰 폭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스포츠 산업 육성을 통한 스포츠 소비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연간 24.59%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 스포츠 산업은 2020년이 되면 1조6700억 위안(약 295조4898억원), 2025년이면 5조 위안(약 884조7000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스포츠 산업은 티켓 판매, 경기 중계, 스포츠용품 산업을 비롯해 복권, 관광, 게임 및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수익원을 가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미 각광받고 있다.
우리는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메이저급 국제대회를 모두 개최하고도 이를 산업으로 연계하는 데 실패한 과거가 있다. 일본은 1964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미즈노 브랜드를 챙겼고, 독일은 1972 뮌헨올림픽에서 아디다스의 중흥을 알렸다. 미국도 이에 질세라 1984 LA올림픽에서 나이키의 급성장에 일조를 했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에서 리닝 브랜드를 띄웠다.
각종 규제로 발목 잡힌 국내 현실
하지만 한국은 수조원의 예산을 들여 월드컵과 올림픽을 개최하고도 실익을 챙기는 데 재주가 없었다. 언론과 국민의 주된 관심은 메달 획득과 스타 선수 쪽으로만 흘렀다. 정작 메이저 대회 개최로 국민경제가 챙겨야 할 손익계산에 소홀했던 어리석음을 계속 범했다. 그런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골프는 산업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니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아직도 공직자들의 골프 해금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골프장 업계를 억누르고 있는 중과세 문제는 요지부동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골프 관련 발언으로 다소 숨통이 트이는 듯하던 골프 관련주는 ‘김영란법’에 일격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우리 지도자들은 아직도 스포츠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돋을새김-서완석] 시진핑 주석의 축구굴기 속내는
입력 2015-03-10 0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