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극장가 점령한 영국 신사들

입력 2015-03-10 02:51
영국의 연기파 배우 콜린 퍼스(왼쪽 사진)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각각 주연을 맡은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이미테이션 게임’이 한국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메가박스플러스 제공

국내 극장가를 영국 신사들이 점령했다. 영국 신사의 스파이 액션을 담은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영국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을 그린 ‘이미테이션 게임’이 나란히 주말 박스오피스 1·3위를 차지했다.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은 지난 6∼8일 전국 633개 상영관에서 관객 51만438명(매출액 점유율 33.5%)을 끌어 모았다. 누적관객은 418만8243명이다.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외화로는 흥행 신기록이다.

‘킹스맨’은 실패한 인생을 살던 거리의 소년이 국제비밀정보기구인 킹스맨의 최정예 요원으로 거듭나는 내용을 담은 스파이 영화다. 영국 배우 콜린 퍼스가 맞춤 양복에 뿔테 안경을 쓰고 절도 있고 우아한 액션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만화책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재기발랄한 상상력도 매력을 더했다. 일부 잔인한 장면도 있기는 하지만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 장도리 장면에 영감을 받아 패러디했다는 액션,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흐르는 가운데 펼쳐지는 불꽃놀이 장면 등이 볼거리다.

영국 드라마 ‘셜록’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천재 수학자로 변신한 ‘이미테이션 게임’도 지난 주말 관객 19만567명(12.2%)을 추가하며 3위를 기록했다. 누적관객은 154만7408명이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는 ‘킹스맨’에 이어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를 해독해 전쟁의 종식을 2년이나 앞당기는 등 시대를 앞서갔지만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해야 했던 비운의 천재 앨런 튜링의 실화가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대체 불가능한’ 연기력과 만나 인기를 끌고 있다. 멜빵 달린 셔츠에 양복을 입은 그의 모습이 멋지다.

영국 신사들의 공세에 지난 5일 개봉한 신하균·장혁·강하늘 주연의 ‘순수의 시대’는 전국 546개 상영관에서 관객 25만2391명(16%)을 동원하며 주말 박스오피스 2위로 출발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김수미가 욕쟁이 할머니로 등장하는 ‘헬머니’는 19만2306명(12.1%)을 모아 4위였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