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해볼 만하다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때 병마(病魔)가 찾아오더군요. 몸이 아프면 교회 일에 전력투구를 못하게 돼요. 교인들은 그런 저를 보며 교회를 조금씩 떠나고요. 내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드니까 그게 더 무섭더군요.”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대흥로 새누리교회에서 만난 황용태(53) 목사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180㎝에 가까운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를 가진 황 목사는 겉보기에는 건장한 중년이었다.
“건강이야 자신 있었죠. 지금 제 모습을 2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어요. 교회 상황도 좋았죠. 4년 전 이곳으로 이사할 때 10명 남짓하던 교인이 30명으로 늘었으니까요.”
그러나 2013년 5월 정기검진 때 위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그가 받아든 결과표에는 위암 2기라고 적혀 있었다. 그래도 그 정도는 수술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위암 수술은 다행히 잘 끝났지만 그 후가 문제였어요. 아버지가 관절 류머티즘으로 고생하셨는데 저한테도 생긴 거예요. 그런데 위암 치료를 받느라 초기에 전혀 손을 못 썼죠.”
관절염은 몸을 차차 망가트렸다. 발끝부터 어깨까지 몸의 모든 관절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 여기에 장폐색이 덮쳤다. 위암 수술 후 장폐색이 생기면서 2ℓ에 가까운 고름이 찼다. 치료를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주삿바늘을 몸에 꽂았다. 주사를 꽂을 때마다 극도의 불안감이 황 목사를 덮쳤다. 바늘이 눈에 보이기만 해도 온몸의 신경이 날카롭게 일어섰다. 결국 그해 9월 공황장애가 터졌다.
“공황장애가 나타나니 몸과 머리가 완전히 따로 움직이더군요.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고,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어요. 생각한 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의 공포는 두려울 정도였습니다.”
공황장애는 그를 죽음의 문턱까지 데려갔다. 잠든 상태에서도 몸은 제멋대로 움직였다. 한 번은 몽유병 환자처럼 한밤중 도로변으로 뛰쳐나가기도 했다. 교회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일 단 한 번의 설교를 전하는 것 외에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황 목사는 “그래도 신기하게 설교할 때만큼은 몸이 뜻대로 움직였다”고 회상했다.
그가 병마를 물리치기 시작한 건 하나님께 매달리면서부터다. 그는 ‘명색이 목사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우선 공황장애 약을 끊었다. 그리고 매일 쉼 없이 기도에 매달렸다. 그는 그렇게 하나님과 씨름했고 결국 지난해 가을 진통제를 비롯한 모든 약을 끊을 수 있었다.
“몸이 가는 대로 기도했어요. 얼마나 기도했는지 기억도 못합니다. 소리도 지르고 구르기도 하면서 기도했죠. 누가 보면 미친 사람이라고 했을 겁니다. 하나님은 결국 제게 이겨낼 힘을 주셨습니다.”
그는 현재 위암과 공황장애는 완전히 극복했다. 하지만 2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은 크게 떨어졌다. 그런 그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황 목사는 “연약함을 인정하고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했다.
“병이 낫긴 했지만 확실히 몸이 예전 같지는 않아요. 아직 젊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데 그게 안 돼 좌절감이 심해요. 그래도 현실을 인정하고 지금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려 합니다. 교인들과 성경공부를 시작하는 데 그게 첫걸음일 것 같아요(웃음).”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
[어려운 교회를 도웁시다-국민일보·세복협 공동캠페인] 서울 새누리교회
입력 2015-03-10 02: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