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 저작권 보호’ 국제 전도사 바통터치… CCLI 하워드 라친스키 대표 사역 마감

입력 2015-03-11 02:48 수정 2015-03-11 18:18
국제 찬양저작권 사역단체 CCLI 설립자 하워드 라친스키(왼쪽) 대표와 2대 대표가 될 말콤 호커 CCLI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손을 들고 웃으며 인사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한국기독음악저작권협회 대표(왼쪽)와 하워드 라친스키 CCLI 대표가 2일 협약 체결 후 악수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국제적 ‘찬양 저작권 전도사’가 바통을 터치한다. 세계 최대 찬양저작권 사역단체 CCLI(기독교 저작권 라이선싱 인터내셔널) 하워드 라친스키 대표는 올해 6월 말 대표직을 넘기고, 30여년의 사역을 마감한다. 차기는 말콤 호커 CCLI 아시아태평양 대표이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말콤 호커 대표가 동석했다. 노타이(No tie) 셔츠 차림의 라친스키 대표는 명랑한 표정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잠시 머뭇거렸다. “음…. 아주 많은 일이 있었는데, 두 가지 일이 특별히 생각나네요. 멕시코의 한 찬양 작곡자가 1990년대 초반 CCLI 덕분에 자기가 이제 저작권료를 받아 생계도 꾸리고 작곡도 마음껏 하게 됐다는 편지를 보내왔죠. CCLI가 찬양 작곡자들에게 노래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한 거죠.”

이어 소개한 사례. “2년 전이에요. 인도네시아 선교사가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왔어요. CCLI 뮤직비디오를 이용해 워십을 가르치고 있다는 거예요. 20여개 교회 청소년들이 우리 영상을 보고 노래와 춤을 배워 예배를 드린다니 얼마나 기쁜지…. 예배음악을 만드는 사람과 그 노래를 부르는 사람, 양쪽 모두 CCLI의 도움을 받았다는 거죠.”

라친스키 대표는 84년 스타프레이즈미니스트리로 사역을 처음 시작, 89년 CCLI를 설립했다. 창작자가 저작권료를 받지 못하면 찬송가 창작이 결국 위축된다는 생각에서 단체를 만들었다. 현재 CCLI는 27개국 24만여 교회가 사용자 회원으로 참여하는 세계 최대 찬양 저작권 사역단체다. 쉽게 말해 찬양 사용자인 교회로부터 받은 사용료를 찬양 창작자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소니·EMI·힐송·킹스웨이·마라나타 뮤직 등 4000여 저작권자와 출판사 등의 업무를 대행하고 있다.

초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가장 큰 고통은 내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주는 것이었어요. 교회 사역자들에게 찬양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 ‘무슨 참견이냐’ ‘당신이 경찰이냐’ 그러면서 항의했지요. 노래를 만든 사람에게 사용료를 줘야 한다는 걸 얘기하는 것뿐인데도 교회들은 아주 냉담했어요.” 반대로 그의 선의를 이해해준 이들에게 감사했다.

“제 뜻을 이해하고 기꺼이 사용료를 지불하겠다고 한 많은 교회 목사님들, 사역자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CCLI의 가장 큰 성취는 많은 교회로부터 저작권 사용료 지불 공감대를 얻은 것이지요.” 라친스키 대표의 얘기를 경청하던 말콤에게 차기 대표로서 계획을 물었다. “기술 발달에 맞게 저작권 공급과 수요에 대응하려고 합니다. 9년 전 라친스키 대표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받을 때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것 같았어요. 소명이죠. 그때 아내에게 얘기했습니다. ‘하나님이 날 이끄시는 것 같다’고. 기술과 저작권은 밀접한 관계입니다.” 대표를 맡게 된 그는 호주에서 살다 CCLI 본부가 있는 미국 포틀랜드로 근래 이주했다. 대단한 열정이다.

라친스키는 77년 첫 방한 후 수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처음 왔을 때 한국교회의 강령한 기도 열정이 기억에 남아요. 당시엔 찬송가집에 있는 전통 찬송가를 많이 불렀어요. 지금은 자유로운 표현과 풍부한 리듬으로 다양한 노래를 많이 부르죠. 기술 수용 속도도 아주 빨라요.” 좋아하는 한국 곡이 있는지 물었다.

“이유정의 ‘아침에 주의 인자하심을’, 조유정의 ‘임재’, 김영범의 ‘하나님께서 당신을 통해’ 등 참 좋은 노래가 많죠. CCLI는 한국의 훌륭한 곡이 외국으로 나갈 길도 열어주죠.”

그는 자신의 일화를 소개했다. “오레곤 교회에서 사역할 때예요. 86년 아프리카 우간다의 한 교회 어린이합창단이 저희 교회에 왔어요. 아이들이 천천히 걸어 나왔죠. 그때 부른 노래가 뭐였는지 아세요? 제가 70년 처음 작곡한 노래였어요. 그 노래를 들을 때 제가 얼마나 감격했는지 몰라요. 한국 작곡가가 자기 노래를 방한한 남미 어린이 합창단의 목소리로 듣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얼마나 큰 축복인가요? 그 일을 저희 CCLI가 하는 거예요.”

한국 교회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기술 발달에 맞춰 노래를 아주 쉽게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사용 절차의 정당성 확보는 기술 수용 속도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찬송을 ‘공짜’(Free)로 여기는 분위기예요. 찬송 뒤에는 그 노래를 밤새워 만든 창작자가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높아졌다. “공짜는 없어요. 정직하게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우리 크리스천에게 정직함은 얼마나 고귀한 가치인가요. 일부 목사님들, 교회들은 여전히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찬송을 부릅니다. 도둑질하는 겁니다. 한국 교회 목사님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좋겠습니다.” 얼굴이 붉혀지는 대목이었다.

CCLI 회원 가입 권유를 잊지 않았다. “예배 중에 찬양을 녹화한 영상을 유튜브나 교회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도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해요. 이걸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까지 한국에 제공한 CCLI 교회 저작권 라이선스에는 녹화 영상 사용이 포함 안 됐는데 이번 방한에 맞춰 CCLI 회원 혜택에 이걸 포함시키려고 해요. 큰 선물이죠?”

라친스키 대표는 활짝 웃어보였다. 미국 등 일부 국가는 찬양 녹화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릴 경우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의 활동이 아예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라친스키 대표는 앞으로 CCLI 의장 자격으로 저작권 강연 등의 대외 활동을 할 예정이다. CCLI는 국내 CCM 3000여 곡을 비롯해 전 세계 24만여곡을 관리하고 있다. 연간 사용료를 내면 모든 찬송 저작권의 포괄적 사용을 허락받을 수 있다. 하워드 라친스키 대표는 이날 한국기독음악저작권협회(KGMCA)와 공동 저작권 사용 협약을 체결했다. 김석균 KGMCA 대표는 “찬양사역자들과 사용자 모두를 위해 CCLI와 협력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