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강하늘(25)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인 배우가 있을까. 영화 ‘쎄시봉’에서 트윈폴리오의 윤형주 역을 맡아 노래실력을 뽐낸 강하늘은 사극 영화 ‘순수의 시대’에서는 욕망에 사로잡힌 부마 진을 리얼하게 연기했다. 25일 개봉되는 영화 ‘스물’에서는 공부만 잘하는 대학생 경재를 맡아 올해 상반기 영화계에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
지난해 화제작 tvN 드라마 ‘미생’의 신입사원 장백기 역으로 인기를 얻은 그는 연극 ‘해롤드&모드’에서 19세 해롤드 역으로 박정자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싱글싱글 웃는 모습이 보기 좋은 강하늘은 ‘순수의 시대’에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조선 건국 혼란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그가 맡은 진은 왕의 사위로 심하게 타락한 인물이다.
원치 않게 부마가 되면서 벼슬길도 막혀 버리고, 그래서 비뚤어진 욕망을 분출하는 캐릭터다. 강하늘은 쾌락만을 좇아 천민 여성을 성폭행하지만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꽤 수위가 높은 정사신도 벌인다. 그동안 ‘엄친아’ 이미지가 강했던 만큼 비열하고 타락한 그의 연기를 보고 다소 실망하는 팬들도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연기는 어디까지나 연기에 불과하다. 이병헌 감독의 영화 ‘스물’에서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지기 때문에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 강하늘은 대기업 입사가 목표인 ‘엄친아’이지만 술만 마시면 돌변하는 새내기 대학생을 맡아 웃음을 선사한다. 김우빈·이준호(2PM)와 함께 스무 살 동갑내기 세 친구의 모습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그의 부모는 모두 연극배우 출신이다. 피를 타고 난 강하늘은 2006년 연극 ‘천상시계’로 데뷔해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동해 왔다.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2012)로 TV에 얼굴을 드러낸 이후 ‘상속자들’ 등을 통해 존재감을 알렸다. 그는 “캐릭터와 이미지 변신을 위해 작품을 선택하기보다는 좋은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을 고른다”고 말했다.
향후 보여줄 연기가 기대되는 강하늘은 오는 28일부터 방송되는 OCN의 새 드라마 ‘실종느와르 M’ 1∼2회에서는 사이코패스 사형수 이정수 역으로 특별출연한다. 이번에는 섬뜩한 연기를 펼친다.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하늘의 연기 욕심은 끝이 없는 것일까. 20대 청춘의 상쾌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는 일이 즐겁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실력파 가수·타락한 부마·모범 대학생 ‘팔색조’ 강하늘
입력 2015-03-11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