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테러… 테러… 테러… 세계 경제 ‘움찔’

입력 2015-03-10 03:58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만 발생한다고 생각했던 테러가 미국 호주 유럽 등 서방 선진국에서도 빈발하고 있다. 폭탄·총격테러 소식이 잇따르고, 극단주의 테러단체들이 서방국가나 이들의 동맹국 국민을 인질로 붙잡아 참수하는 동영상을 계속 공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테러에 대한 공포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테러는 국제정치를 불안하게 하는 것을 넘어 국제금융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는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글로벌 테러, 국제금융시장의 또 다른 리스크 요인’ 보고서에서 “글로벌 테러 증가가 국제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서방 주요국에 대한 테러 증가 배경과 향후 전망 등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국가가 국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전 세계에서 테러가 크게 늘었다. 2011년 5000건을 밑돌던 테러 건수는 2012년 6800건, 2013년 9814건으로 배 가까이 증가했고, 2014년엔 1만건을 넘어섰다. 특히 중동·아프리카뿐 아니라 안전지대로 인식되던 서방국가에서의 테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 폭탄테러(2013년 4월), 이슬람 개종 테러리스트의 캐나다 의사당 총격(2014년 10월), 호주 시드니 카페 인질 테러(2014년 12월), 프랑스 샤를리 엡도 테러(2015년 1월)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글로벌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대(對)서방 보복에 나서면서 확대되는 추세다. 서방과 중동 주요 국가(62개국)는 IS가 이라크·시리아에서 세력을 키워가자 지난해 IS와의 전쟁에 나섰고, IS는 이들에 대한 보복을 천명했다. 이후 테러 안전국으로 알려진 캐나다, 호주, 벨기에 등에서도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극단주의 그룹뿐 아니라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에 의한 테러도 늘고 있다. 서방지역 경기 악화로 실업률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민자 등 체제에 큰 불만을 갖게 된 이들의 테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이들이 극단주의 단체와 연계해 대규모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IS와 알카에다는 최근 서방국가의 외로운 늑대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감행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IS에 동조하는 외국인 용병이 늘어나는 것도 위협요인이다. 이라크·시리아 등으로 유입된 외국인 용병들이 차후 서방국가로 돌아와 테러를 주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요 경제·금융 분석기관들은 ‘글로벌 테러’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 1월 481명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서 응답자의 26%가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주요 리스크 중 하나로 ‘글로벌 테러리즘’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꼽았다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WEF)도 ‘대규모 살상 테러 가능성’을 올해 주요 리스크로 지목했다. 유라시아그룹 역시 올해 10대 리스크 가운데 하나로 ‘IS의 확대 및 유럽 지역에서의 테러 가능성’을 선정했다.

그동안 테러는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2001년 9·11테러나 보스턴 테러처럼 예외성이 큰 대규모 테러가 발생했을 때는 세계 주가와 공포지수(변동성지수·VIX)가 출렁이긴 했으나 다른 테러 사건 때는 국제사회에 미친 파장에 비해 경제·금융시장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다. 9·11 당시 세계 주가가 8.2% 급락했고, 보스턴 테러 때는 1.7% 하락했다. VIX는 각각 34.0%, 43.2% 치솟았다. 하지만 샤를리 엡도 테러를 비롯해 다른 테러 사건 때는 VIX나 세계 주가 변동이 크지 않았다.

국제금융센터 안남기 연구원은 “주요국의 소비·투자심리가 취약해진 상황에서 서방국가에서의 테러가 잦아지고 규모가 커지게 되면 테러에 대한 민감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에서 발생하는 테러에 대한 경계와 함께 서방의 IS 근절 전략 변화, IS 등 급진세력의 대응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