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인 메모리움’ 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2014년에 타계한 영화계 인사들을 추모하는 순서였는데 무심코 지나가기에는 아쉬운 배우들이 몇 명 눈에 띄었다. 거성(巨星)은 아니지만 영화팬이라면 잊지 못할 이름들. 제임스 가너, 루이 주르당, 일라이 월라크, 비르나 리지, 애니타 에크버그.
가너는 잘생긴 얼굴에 당당한 체구를 지닌 호남으로 올스타 캐스트가 화면을 채운 속에서도 스티브 매퀸과 공동 주연한 2차대전 영화 ‘대탈주’가 유명하다. 이름에서 보듯 프랑스 출신 루이 주르당은 발렌티노로부터 할리우드에 면면히 이어져온 남유럽 출신 로맨틱 가이들의 계보인 ‘라틴 러버(Latin Lover)’에 속하는 미남 배우로 명성을 떨쳤다. 월라크는 상대적으로 스타성이 약한 조연 전문이었으나 한마디로 신뢰할 수 있는 ‘만능배우’로 어떤 역할을 맡겨도 잘 해냈다.
리지는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소피아 로렌 같은, 풍염(豊艶)을 생명으로 하는 대부분의 이탈리아 출신 글래머들과는 달리 그레타 가르보처럼 북유럽 출신의 차가운 아름다움을 지닌 미인이었다. 반면 에크버그는 스웨덴 출신이면서도 마치 이탈리아 여배우들처럼 풍만한 섹스 심벌로 자리매김한 케이스.
이처럼 한때를 풍미한 배우들이 세상을 뜨는 것을 보면서 한 개인이 아닌, 한 시대가 지나가고 있음을 실감한다.
김상온(프리랜서·영화라이터)
[영화이야기] (10) 떨어진 별들, 추억에 새겨지다
입력 2015-03-1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