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통화 완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기준금리 인하 조치로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며 글로벌 환율전쟁에 동참했다. 위안화 약세는 중국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위안화 가치 하락은 자본 이탈도 초래한다. 특히 중국의 큰 부자들은 해외 부동산을 사들이는 등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
최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이셴룽(易憲容) 연구원은 “올 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이 6.12위안에서 6.27위안으로 오르며 위안화 가치가 2.4%가량 떨어져 2005년 환율제도 개혁 이후 단기 하락폭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중국의 경제지표가 부진해 성장세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기 활성화를 위해 이달부터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하하면서 위안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됐다. 현지 민주(民族)증권은 “최근 달러화 강세를 고려할 때 위안화 가치 하락 압력이 단기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의 금리 인하는 강력한 경기 방어 의지를 보인 것이며, 이에 따른 위안화 약세는 중국 수출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셴룽 연구원은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자금이 중국을 이탈하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도 줄어들 것”이라며 “최근 중국인들이 잇따라 해외 부동산 시장으로 나가는 것도 위안화 가치 하락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인 투자자가 자국 부동산 시장에 들어오려 하지 않고 심지어 빠져나가는 경우도 속출해 이미 침체에 빠진 중국 부동산 시장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중국 주요 도시 주택 평균 가격은 지난해 5월부터 8개월 연속 하락하다 지난 1월 소폭 반등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저널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체제의 미래에 불안감을 느낀 중국 슈퍼리치들이 해외로 빼돌린 자산은 영국 런던의 부촌 메이페어부터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고급 해변 주택에 이르기까지 세계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원인이 됐다. 중국 슈퍼리치는 도시 가구의 약 1%에 해당하는 200여만 가구를 가리킨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빅터 시 교수는 중국 슈퍼리치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중 30%가 국외로 빠져나갈 경우 중국 외환보유액이 1조 달러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갑부들의 엑소더스(대탈출)가 본격화된다면 중국의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향후 위안화 환율에 대해선 급격한 변동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SSGA는 “올해 위안화는 소폭 약세를 보일 것이며, 환율이 변화하더라도 3% 이상의 급격한 절상이나 절하를 나타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JP모건도 위안화 약세 기조가 급격한 자본 유출 위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마켓워치는 위안화 가치 폭락을 ‘블랙스완’(발생 가능성이 없어 보이지만 일단 발생하면 엄청난 충격과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사건)으로 규정하면서 이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중국 당국이 경제지표에 대수술을 가하거나 금융시장 통제력을 상실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위안화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극단적 대책을 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월드 이슈] 中 정부 금리인하 ‘환율전쟁’ 동참… 슈퍼리치 엑소더스
입력 2015-03-10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