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최저임금 인상론… 청년층 “글쎄, 지켜봐야…”

입력 2015-03-09 02:45
대학생들이 지난 1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경환 경제정책’을 ‘F학점’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서영희 기자

"일단 말 한마디 나온 거죠. 많이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알바노조 최저임금 1만원위원회' 이혜정 대변인은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움직임에 대해 차갑게 촌평했다.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최저임금 인상에 정부가 먼저 "올려야 한다"고 나선 상황이지만, 두 손 들고 반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이 대변인은 "환영은 하지만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청년단체와 노동계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론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처럼 '유보적'이다. 이들은 최저임금위원회라는 기존 협상 테이블에서 과연 대폭 인상이 가능할지에 의문을 던졌다. 최저임금 문제는 내수 진작 목적이 아니라 소득양극화 해소 차원으로 접근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얼마나 올릴지…”=최저임금 인상론에 불을 지핀 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최 부총리는 지난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 강연에서 “적정 수준으로 임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내수가 살아날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률을 연간 약 7%씩 올렸고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오세연 청년유니온 사무처장은 “그 발언 말고는 실천적으로 어떻게 할 건지 나와 있는 게 없다”며 “환영할 만하지만 실제 올릴 의지가 있는지는 두고 볼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정부는 늘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 결정 사안이라며 뒤로 물러나 있었다. 적극적인 역할을 안 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는 최근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7명 중 정부 몫인 공익위원 9명을 교체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위원은 사용자(기업) 측과 근로자 측이 반씩이다.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호의적인 인물로 바뀌면 최저임금 인상폭은 예년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정부가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면서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아무리 새로운 위원들이 들어와도 일정한 가이드라인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틀을 벗어나기 어려운 만큼 인상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접근 방식 바꿔야”=청년단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기 부양책만으로 다뤄질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구 위원장은 “소득불평등 해소가 최저임금 인상의 목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저임금은 가장 주요한 양극화 해소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득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범정부적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식으로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세연 사무국장은 “당장 다른 기구에서 결정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최저임금 제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청년이나 노인 등이 좀 더 직접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려하며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혜정 대변인은 “대기업에서 납품단가를 낮추고 ‘밀어내기’를 해서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임금 지불 능력이 떨어지는데, 이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최저임금만 올리면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강현욱 정의당 청년·학생위원회 부위원장은 “영세 자영업자가 어려운 건 높은 임대료나 프랜차이즈 업체의 횡포 등에 근본 원인이 있다”며 “임대료 폭등 문제와 프랜차이즈 갑을계약 개선 등이 최저임금 인상에 수반돼야 올바른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강창욱 양민철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