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사 테러 이후] 리퍼트, 병상 외교… “김치 먹으니 힘 난다”

입력 2015-03-09 02:38 수정 2015-03-09 09:29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가 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인요한 연세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오른쪽)의 안내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가고 있다. 김지훈 기자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오른쪽)가 8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의 병실로 향하고 있다. 윤도흠 세브란스병원장이 문 대표 뒤를 따라가고 있다. 김지훈 기자 [美 대사 테러 이후] 리퍼트, 병상 외교… “김치 먹으니 힘 난다” 기사의 사진
로버트 오그번 미국대사관 공보참사관은 8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브리핑을 갖고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식사 때) 김치를 먹으니 더욱 힘이 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리퍼트 대사가 돈 오버도퍼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두 개의 한국(The Two Koreas·사진)’을 읽고 있다고 소개했다. 광복 이후 한국 현대사를 기술한 책이다. 지난 5일 수술에서 깨어난 직후 그는 영어 대신 한국어로 “(제가) 마비된 건가요?”라고 첫 마디를 꺼냈다. 의료진이 “영어로 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또렷하게 한국어로 말했다고 한다.

리퍼트 대사의 ‘병상 외교’가 눈에 띈다. 김치를 언급하고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 관련 독서를 공개했다.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강조해 이번 사건이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병원에서도 꾸준히 국내 요인들을 만나며 사실상 외교관 ‘업무’를 계속하고 있다. 이날은 새누리당 김무성,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을 각각 만났다.

-‘비온 뒤 땅이 더 굳는다’는 한국 속담이 있어요.(이번 일로 한·미동맹이 더 단단해지리라는 의미. 김·문 대표와 최 부총리 모두 같은 말을 했다)

“미국에도 ‘(With) crisis comes opportunity(기회는 위기와 함께 온다)’란 말이 있습니다.(리퍼트 대사)

-박근혜 대통령도 2007년 그런 사고를 당했습니다.(김 대표)

“박 대통령과 통화하며 우리는 같은 클럽이란 얘기를 했어요.”(리퍼트 대사)

-세브란스병원이 미국 오하이오주 출신 알렌 박사에 의해 시작됐습니다.(정갑영 연세대 총장. 리퍼트 대사는 오하이오주 출신이다)

“신시내티 촌놈한테 한국민들이 아주 많이 성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여기가 고향(hometown)같이 편하네요. 세계가 굉장히 좁아요.”(리퍼트 대사)

지난해 10월 한국 부임 직후만 해도 40대 초반 젊은 대사의 외교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피습 후 그의 행보는 이런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피습 당일 강북삼성병원에서 세브란스병원으로 이동할 때도 들것이나 휠체어에 의지하지 않고 두 발로 걸어서 병원에 들어갔다. ‘의연함’을 보여주기 위해 본인이 직접 선택한 행동이라고 한다. 병원 관계자는 “리퍼트 대사가 수술에 들어가기 전에도 자신의 상태를 담담하고 명확하게 설명했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문 대표에게 “(당 대표) 당선 이후 오늘 처음 뵙는데 당선을 축하한다”고 인사했다. 김 대표가 “쾌유해서 소주 한잔 하자. Go together(같이 갑시다)”라고 말하자 대사는 “Absolutely(전적으로 동의한다)”라고 맞장구쳤다. “이번 사건은 저 자신은 물론이고 미국에 대한 공격(attack)”이라면서도 “슬기롭게 극복해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퍼트 대사가 지난 5일 트위터에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남긴 메시지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2년 3월 방한 강연에서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했던 말이다.

정부경 임성수 기자 vic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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