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돈… ‘고척돔 입주’ 서울시·넥센 줄다리기

입력 2015-03-10 02:04
국내 최초 돔구장인 고척돔 건설공사가 9일 한창이다. 3월 현재 85%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고척돔은 6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약 1만8000석의 좌석을 가진 고척돔 운영을 놓고 서울시와 넥센 히어로즈가 이전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입장차가 커 난항을 겪고 있다. 이병주 기자
고척돔 내부. 바닥에서 지붕까지 최고 높이가 일본 도쿄돔보다 5m 가량 높은 70m로 설계됐고 지붕에 반투명 테프론막을 덮어 자연채광이 가능케 했다. 이병주 기자
2015 프로야구가 오는 28일 공식 개막한다. 올해는 제10구단 kt wiz의 합류로 리그가 확대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기록 잔치가 벌어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 최초의 돔구장 ‘서남권 돔 야구장(이하 고척돔)’이 오는 6월 마침내 완공된다. 3월 현재 85%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활용 방안을 놓고 서울시와 야구계의 입장차가 커서 고척돔은 당분간 논란의 중심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목동구장을 사용하고 있는 넥센 히어로즈와 본격적인 구장 이전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구장 운영권을 놓고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합의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정치 논리로 탄생한 고척돔=고척돔은 프로야구가 아닌 아마추어 야구를 위한 구장이었다. ‘디자인 서울’을 추구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취임 직후인 2006년부터 동대문운동장의 공원화 및 대체 야구장 건립을 추진했다. 아마야구의 본산인 동대문운동장이 철거되고 그 대체 운동장으로 구로구에 고척돔이 건설되게 된 것이다. 동대문운동장 자리에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들어섰다.

고척돔은 원래 하프돔구장으로 지어질 계획이었다. 2010년 말 완공을 목표로 2007년 3월 건설계획이 발표됐고 2008년 4월 착공에 들어갔다. 하지만 2009년 1월 하프돔 설계가 최종 완성된 지 3개월 만에 오 시장은 돔구장 변경을 결정하고 기공식까지 순식간에 해버렸다. 양대웅 구로구청장과 현역 여당 국회의원이던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의 변경 제안을 받아들인 결과다. 재선을 앞뒀던 오 시장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그리고 프로야구의 치솟는 인기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서울시의회가 투자적정성 문제로 돔구장 건립을 재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야구팬들과 언론의 비난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돔구장 변경에 따른 비용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하프돔 사업비로는 529억이 추정됐지만 설계 변경 및 각종 시설 확충에 따라 5배가 많은 2713억원으로 늘어났다. 여기에 상습 정체 구역인 고척돔 인근의 교통난 해소를 위한 사업비까지 합하면 3000억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서울시와 넥센의 줄다리기=2012년 1월 감사원은 “고척돔은 아마추어 야구장으로도 프로야구장으로도 수익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프로구단을 유치해도 비용 편익 비율이 0.9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비율이 1을 넘지 못하면 손실을 본다는 의미다.

막대한 공사비와 연간 80억∼100억원으로 추정된 운영비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할 입장이 된 서울시는 2012년 11월 프로구단의 고척돔 이전 의지를 본격 천명했다. 그러나 서울에 연고를 둔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 넥센은 한목소리로 고척돔에 입주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접근성이 나쁘고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 외에, 무엇보다도 운영비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항시 에어컨과 환기시설을 가동해야 하는 돔구장 운영비는 일반 구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하다. 그나마 고척돔과 가장 가까운 목동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넥센이 2013년 실사를 통해 사용 가능 여부를 조사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반해 서울시는 서울 연고 세 팀 중에서 관심을 보였던 넥센을 파트너로 봤다. 넥센 홈구장인 목동구장이 아마추어 야구와 공동으로 사용되고 있는 점도 고려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대한야구협회와 “고척돔이 완공 되는대로 목동구장을 아마추어 전용구장으로 활용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넥센에 고척돔으로 이전하라는 무언의 압박이었던 셈이다. 서울시 소유인 목동구장을 사용하는 넥센으로서는 내년부터 구장을 옮겨야 하는 상황으로 몰린 것이다.

문제는 조건이다. 모기업 없이 야구로만 수익을 내야 하는 넥센은 비싼 임대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장 운영권과 광고권을 받으면 이전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이에 서울시는 세금으로 지은 고척돔을 사기업 넥센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건으로 내줄 수 없다고 반박한다. 서울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9일 “서울시는 공공성을 유지하되 넥센도 고척돔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하길 바란다”며 “적어도 내년부터 고척돔을 운영하려면 넥센도 준비 기간이 필요한 만큼 올해 상반기에는 협상을 마무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로 평행선을 달리다보니 협상은 진척되지 않고 있다. KBO는 지난 1월 서울시 측에 “넥센의 연고지 이전도 검토할 수 있다”며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양해영 사무총장은 최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단에 특혜를 베푼다고 생각하는 서울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협상이 어려울 것 같다”면서 “현재 지방의 몇몇 지자체로부터 넥센이 연고지를 옮길 경우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자신의 지역으로 와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는 물론 국내 지자체들도 주민 여가활용과 사회통합의 기능을 높히기 위해 프로야구 구단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서울시는 오로지 수익을 얻어내는 대상으로 본다”며 “만약 넥센이 고척돔으로 이전하지 않으면 서울시는 막대한 적자를 보지 않겠느냐”고 비판했다.

실제로 서울을 제외한 국내 지자체들은 프로야구 구단에 광고권을 비롯해 구장 운영권을 주는 경우가 많다(표 참조). 해외에서는 아예 새로 지어주는 등 통 큰 지원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노후화된 홈구장 코미스키 파크를 대신해 새 경기장 건설을 요구했다. 화이트삭스의 연고지 이전을 우려한 일리노이주와 시카고시는 1991년 코미스키 파크 건너편에 새 구장을 지어줬다. 화이트삭스는 새 구장을 연간 임대료 1달러에 사용 중이다.

고척돔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넥센은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김기영 넥센 홍보팀장은 “서울시와 넥센 모두 의지를 갖고 있다”며 “현재 구장 점유권과 광고권 등에 대해 조율을 하고 있다. 시일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넥센도 ‘제3의 서울 구단’으로 입지를 굳힌 만큼 지방 이전은 원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돔구장 완공을 3개월 앞두고 서울시와 넥센이 상생의 타협점을 찾을 지 주목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