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가 9일 일본을 찾았다. 지난 2008년 홋카이도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참석차 방일한 이후 7년 만이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벌어진 유대인 학살 등의 전쟁범죄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죄해 온 메르켈 총리가 마찬가지로 패전 70주년을 맞은 일본에 역사의식과 관련해 어떤 언급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메르켈 총리가 9일부터 이틀간의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는 소식과 함께 독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양국 정상이 회담에서 역사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8일 보도했다.
신문은 “메르켈은 방일 기간 동안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광범위한 국제 이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면서 “독일 정부가 최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에 관한 질의가 쏟아졌다”고 전했다. 일본은 이달 말 교과서 검정을 통해 위안부나 독도 영유권 문제 등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려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켈 총리가 역사 문제와 관련해 질문을 받거나 발언할 기회가 생겼을 때 굳이 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일본 총리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995년 전후 50주년 무라야마 담화를 낼 당시 ‘식민지배’와 ‘침략’ 등의 표현이 없으면 담화에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려는 아베 총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어 “(무라야마 담화는) 중국 한국 등 관계국에 사과하면 된다는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성의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국책을 그르쳐 식민지 지배와 침략 행위를 함으로써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을 전제로 사과해야 할 것은 사과하고, 보상해야 할 것은 보상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본은 자위대 출동 요건을 확대하기 위해 ‘존립위기 사태’라는 개념을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6일 ‘우리나라(일본)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해 우리나라의 존립이 위협당하고 국민의 생명, 자유 및 행복추구권이 근저부터 뒤집힐 명백한 우려가 인정되는 사태’를 ‘존립위기 사태’로 규정한 무력공격사태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7년 만에 訪日 메르켈… 과거 반성 훈수 둘까
입력 2015-03-09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