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물러날 듯 말 듯 심술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의류매장은 벌써 봄 치장을 끝냈다. 올봄 여성들은 과거로 돌아가는 로맨티시스트가 되고, 남성들은 밝은 색깔을 즐기는 멋쟁이로 탈바꿈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복=유행은 돌고 도는 것임을 올봄 여성복은 다시 보여준다. 롯데백화점 패션유통 담당 나현준 매니저는 9일 “올해 여성 패션 키워드는 레트로(복고)”라며 1970년대 유행했던 ‘히피룩’ ‘데님룩’과 함께 꽃무늬와 체크무늬가 크게 유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꽃무늬는 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고정 손님이지만 올봄에는 유난하다. 군더더기 없는 단순한 디자인을 내놓는 해외 유명 브랜드 ‘셀린느’가 브랜드 사상 처음으로 꽃무늬를 컬렉션에서 선보일 정도다.
봄인 만큼 강렬한 색상보다는 연한 파란색, 연보라색, 연노란색 분홍색 등 파스텔톤 색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꽃무늬는 파스텔톤과 만나면서 더욱 로맨틱한 모습으로 올봄 여성들을 유혹한다.
체크도 전형적인 격자무늬 외에 헤링본이나 하운드투스 등 다양한 변형 체크가 등장한다. 도회적인 멋을 즐기고 싶다면 꽃무늬보다는 체크무늬가 답이다. 데님도 바지 상의 블라우스 스커트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나와 있다.
올 봄 여성복에서 가장 눈에 띌만한 변화는 바지다. 여성복 브랜드 ‘구호’ 디자인실 김현정 실장은 “몇 시즌 동안 여성들의 사랑을 독차지 해 왔던 스키니팬츠가 올봄에는 와이드팬츠와 배기팬츠에게 자리를 내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벅지부분이 헐렁한 배기팬츠는 남자용 바지인 옥스퍼드 백스(oxfordbags)에서 영향 받은 디자인으로 1970년대에 여성들이 즐겨 입었다.
김 실장은 “거리패션에선 키가 작아 보이는 와이드팬츠보다는 허벅지쪽은 넉넉하지만 발목부분으로 오면서 통이 좁아지는 배기팬츠가 더 유행할 것 같다”고 했다. 팬츠의 변화에 따라 상의스타일 또한 함께 바뀔 것으로 보인다. 스키니팬츠에는 엉덩이를 덮을 만큼 다소 긴 길이의 상의를 입었다면 배기나 와이드팬츠에는 크롭트재킷 등 길이가 짧은 상의가 어울리기 때문이다.
통 넓은 팬츠는 3, 4년 전부터 미국과 유럽에서 시작해 국내에서도 연예인들이 즐겨 입었지만 거리 패션에선 잘 볼 수 없었다. 바지인지 타이츠인지 모를 정도로 다리에 딱 달라붙는 스키니팬츠. 날씬해 보이고 키까지 커 보이게 하는 이 스키니팬츠를 쉽사리 포기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올해는 새로운 선택에 나설 것인지 지켜볼만하다.
◇남성복=멋쟁이 남성들이 많기로 정평이 난 이탈리아의 남성들은 올봄 핑크를 선택했다는 뉴스다. 신원의 남성복 ‘반하트 디 알바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정두영씨는 “이탈리아에선 올봄 패션으로 핑크 톤 슈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밋밋한 비즈니스 룩에서 벗어나 컬러를 즐겨보라고 권했다. 반하트 디 알바자는 봄 신상품으로 핑크를 비롯해 연두색 등 밝은 색상의 슈트를 내놨다.
핑크 슈트! 무채색에 익숙한 우리나라 남성들에게 너무 과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닐까? 정 CD는 “핑크가 자신 없다면 밝은 푸른색으로 컬러의 세계에 입문해보라”고 귀띔했다. 롯데백화점이 올봄 가장 유행할 색상으로 꼽기도 했던 푸른색은 남성들에게도 친숙한 색상이다. 단 지금까지 즐겨 입었던 짙은 감색보다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연한 파란색에 도전해보자.
올봄 신사복의 또 다른 특징은 기능성이 강조되는 것. 삼성패션연구소 최영진 연구원은 “최근 비즈니스 캐주얼을 권장하는 근무환경 변화와 더불어 기능성을 강조한 아웃도어에 익숙해지면서 슈트에서도 착용감과 활동성을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사복 브랜드 ‘갤럭시’가 올봄 새롭게 선보이는 ‘사토리얼 테크’ 라인의 대표 제품 ‘이모션 수트’는 상의뿐 아니라 하의와 안감까지도 탄력성이 뛰어난 스트레치 소재를 사용하고 팬츠의 허리 안쪽에 고무로 된 테이프를 둘러놨다. 고무테이프로 신축성이 높아진 허리선 덕분에 상체나 팔을 크게 움직여도 셔츠가 팬츠 밖으로 잘 빠져 나오지 않는다. 편한 신사복도 나왔으니 이제는 예식장에 갈 때도 아웃도어 바지를 입는 ‘막무가내 스타일’에서 벗어나보자.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꽃무늬 여자·컬러풀 남자 거리엔 봄봄봄… 올 봄 남녀패션 트렌드
입력 2015-03-10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