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피플] 세계 1위 조선업 기틀 마련…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

입력 2015-03-09 02:15
초대 경제수석비서관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초고령에도 불구하고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있는 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업무 서류뿐만 아니라 대학 특강, 포럼 관련 각종 원고들로 가득 차 있었다. 허란 인턴기자

신동식(83) ㈜한국해사기술(KOMAC) 회장은 박정희 정부 초대 경제수석비서관 및 초대 해사행정특별심의위원장으로 ‘조선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수립한 인물이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기틀을 마련한 신 회장이 5년 전부터는 신앙의 토대를 착실히 쌓고 있다.

성경을 60독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고령에 어떻게 성경 60독을 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다소 과장된 것”이라고 손사래를 친 뒤 “5년 전 교회를 다닌 이후부터 1년에 한두 번밖에 못 읽어 10독 미만일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겸손한 신 회장은 “1960년대 나라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이 이 나라를 돕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것이 누구(하나님)인지 알게 됐다”고 하나님 영접의 기쁨을 고백했다. 신 회장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드림교회(신도배·김여호수아 공동 담임목사)에 출석한다.

◇조선산업 발전의 산증인=신 회장은 한국의 조선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서울대 공과대학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하고 1950년 중반 유럽과 미국에서 공부한 뒤 영국과 미국의 조선소 및 선급협회 등의 국제기구에서 조선 전문가로 활약했다.

5·16군사쿠데타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박정희 정권 초대 경제수석비서관이 된 그는 한국이 발전하려면 조선산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반대했다.

“막대한 돈과 기술이 필요한 조선산업을 하자고 하니 미쳤다고 할 만했죠. 그런 와중에 당시 박 대통령은 ‘다들 말이 안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제게 묻었어요.”

신 회장은 “무조건 신뢰하고 지원해 달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 말을 들은 박 대통령은 신 경제수석이 부총리, 재무장관, 상공부 장관 등을 설득할 수 있게 회의를 소집해 줬다.

신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도 주도했다. KIST는 1965년 5월 미국 존슨 대통령 방한에 앞서 미 정부가 한국에 깜짝 선물을 줄 계획이라며 받고 싶은 선물을 알려 달라고 우리 정부에 제안해 설립됐다.

신 회장은 국가미래를 위해 과학기술연구소 설립을 위한 재원을 요구하자고 했다. 하지만 당·정·청 인사들은 “어느 세월에 과학기술을 연구해 경제에 이바지하느냐”며 “서울에 ‘존슨 다리’나 타워를 만들어 달라고 하자”고 반대했다.

“대통령을 모시고 회의를 하는데 저는 아무 이야기도 안 했어요. 그러자 박 대통령이 ‘신 수석은 왜 가만히 있느냐’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과학기술연구소의 필요성을 설명했더니 ‘과학기술연구소로 하시죠’라고 하셨습니다.”

신 회장은 “당시 요원하기 이를 데 없는 조선산업이나 과학기술연구소가 추진된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어떤 이들은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해 하나님이 나를 찾아 쓰신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69년 국내 최초의 민간 조선기술 전문용역회사인 KOMAC를 설립하고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조선산업의 기술 혁신에 기여하고 있다.

◇신 회장을 위한 전도특공대=그가 신앙생활을 시작한 것은 ‘협박 아닌 협박’ 때문이었다. 2010년 독실한 크리스천인 큰며느리는 신 회장에게 “교회에 오셔야 손주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신 회장의 큰아들은 40세가 넘어 결혼해 46세 때 첫아들을 낳았다. 신 회장은 “늦게 얻어 더 소중한 손주를 안 보여준다고 해 교회에 가끔 출석했다”며 웃었다

신 회장을 인도한 사람이 며느리라면 ‘신 회장을 사랑하는 모임’(신사모) 회원들은 그가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운 사람들이다. 신 회장과 며느리 지인인 크리스천들 몇몇은 이제 막 교회에 출석한 신 회장이 삶 속에서 예수를 온전히 영접할 수 있도록 4년 전부터 기도하며 자연스럽게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 신 회장을 위한 전도특공대인 신사모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신 회장의 신앙심을 독실하게 만들기 위한 연합 작전도 펼쳤다. “신사모 회원 한 사람이 ‘이번에 딱 한 번만 같이 교회에 가자’는 거예요. 딱 한 번이라니까 갔지. 그런데 그 다음 주에 또 다른 회원이 와서 ‘딱 한 번만 교회를 같이 가자고’ 해. 이런 회유가 계속 이어졌어요(웃음).” 신사모의 열정에 신 회장은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처음 3∼4명의 친목모임으로 시작된 신사모는 문애란 지앤앰 글로벌문화재단 대표, 곽수광 국제푸른나무 공동대표, 송정미 사모, 안미 방송 작가 등 크리스천 리더 50여명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규모를 키웠다.

이들은 한 달에 한두 번 신 회장과 식사를 함께 하며 교제한다. 그러면서 신 회장이 하나님께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권면하고 간증하고 기도한다. 문 대표와 남편 구자영씨는 지난해 초부터 일주일에 2회씩 신 회장을 만나 성경을 가르쳐주고 있다.

신 회장은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복합물류기지 건설 등을 강조하는 등 인터뷰 틈틈이 국가 발전을 위해 제언을 쏟아냈다. 그는 여기서 강조하는 것이 꼭 하나 있다. “하나님을 믿으며 최선을 다하면 침체된 한국 경제에 서광이 비칠 겁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