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참정권운동 ‘셀마행진’ 50주년

입력 2015-03-09 02:46
7일(현지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셀마의 에드먼드 페터스 다리에서 ‘셀마 행진’ 50주년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가운데)이 1965년 당시 마틴 루서 킹 목사 등과 함께 흑인 참정권 운동을 벌이다 부상한 아멜리아 보인튼(오바마 대통령 오른쪽)의 손을 잡고 행진하고 있다. 당시 앨라배마주 경찰은 킹 목사와 참가자들을 무자비하게 진압해 ‘피의 일요일’ 사건으로도 불린다. AP연합뉴스

미국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인 ‘셀마 행진’ 5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여전한 인종차별을 경계했다.

이를 입증하듯 전날 위스콘신주에서 10대 비무장 흑인이 경찰의 총에 또다시 희생돼 시위가 확산되면서 갈 길이 먼 인종갈등 현실을 드러냈다.

지난해 인종차별 철폐 시위의 ‘진원’이었던 미주리주 퍼거슨시에서도 경찰과 법원에 의한 흑인 상습차별이 드러나 대대적 쇄신작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앨라배마주 셀마에서 개최된 기념행사에 재임 중 처음으로 참석했다. 셀마는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1965년 흑인 참정권 획득을 주장하며 평화행진을 벌인 출발점이다. 그는 50년 전 셀마 행진에 참가한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뒤 “정당한 미국을 만들려는 이들의 노력이 승리를 거뒀고, 미국의 운명을 결정했다”고 헌사했다.

특히 “지난 50년간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퍼거슨 사건에서 보듯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셀마의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경찰·사법 시스템은 모든 사람을 위해 적용돼야 한다”며 인종 차별적인 제도의 개선을 촉구했다.

이는 지난해 인종갈등의 진원이었던 퍼거슨시에 대한 법무부 조사 보고서와 후폭풍을 의식한 발언으로 읽힌다.

현지 언론들은 법무부가 퍼거슨시 경찰과 법원 직원들의 이메일과 각종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직자들의 노골적인 인종편견과 상습 차별을 다수 적발했다고 전했다. 또 이에 연루된 경찰관 2명이 사임하고 법원 서기가 해고되는 등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CNN방송은 퍼거슨 정부가 흑인들에 대한 무차별 세금 징수로 시 재정을 확충해 온 사실을 집중 조명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퍼거슨시 정부는 주로 흑인을 표적 삼아 교통범칙금을 받아내도록 경찰과 법원을 압박해 올해 시 재정의 23%에 달하는 300만 달러(약 33억원)의 범칙금을 걷을 것으로 추산됐다.

논란이 일자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퍼거슨시에 즉각적인 경찰 개혁을 촉구하고 “퍼거슨 경찰의 해체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조직 개편 등 쇄신안을 통한 극약 처방 가능성을 시사했다. 홀더 장관은 7일 ‘퍼거슨 보고서’를 거론하면서 퍼거슨 경찰의 흑인차별 행태는 “끔찍한 것”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전날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10대 흑인 청년 앤서니 로빈슨(19)이 아파트에서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로빈슨은 주택가 소란을 신고받고 출동한 베테랑 백인 경관 맷 케니와 몸싸움을 벌이다 목숨을 잃었다.

사건이 보도된 6일 밤부터 이날까지 시민들이 사건 현장에 몰려들어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고 외치는 등 시위를 이어가면서 또 한 차례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불붙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