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얼마 전 국민일보 편집국 한쪽 벽에 드레스 사진 2장이 걸렸습니다. ‘왼쪽·오른쪽이 똑같이 보인다고요?’라는 제목과 함께요. 한 장은 최근 SNS를 뒤덮은 문제의 ‘파검·흰금’ 드레스, 또 한 장은 실제 드레스 사진이었죠. 대답은 보는 사람마다 모두 달랐습니다.
‘파검이냐, 흰금이냐.’ 이 뜬금없는 논쟁은 지난달 27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에서 시작됐습니다. 한 네티즌이 드레스 색깔로 싸우고 있다며 사진을 올렸는데, 네티즌이 각기 다른 답을 내놓은 겁니다. “파란색과 검은색이잖아요.” “전 흰색과 금색으로 보이는데요.” “뭐라고요?”
논란이 확산되자 미국 온라인 매체 버즈피드가 투표를 실시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했는데 72%가 ‘흰금’, 28%가 ‘파검’으로 보인다고 답했습니다.
국내 네티즌도 ‘파검’파와 ‘흰금’파가 팽팽히 맞섰습니다. 사진 전문 프로그램 ‘포토샵’ 제작 업체인 어도비까지 나서 드레스 색을 컬러 스포이드로 찍은 이미지를 공개했습니다. “이 드레스는 파란색과 검은색”이라면서요.
진실은 뭐였을까요? 실제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드레스는 파란색과 검정색이었습니다. ‘흰금’ 드레스는 존재하지도 않았죠. ‘흰금’이라고 말했던 네티즌은 “소름 끼친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왜 그런지를 두고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사람마다 색을 인식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뇌가 그림자나 배경 등 주변 정보를 종합해 색을 판단한다는 거죠.
드레스 논란의 여파는 컸습니다. 드레스를 제작한 업체는 결국 ‘흰금’ 드레스를 한정판으로 출시했죠. 파란색과 검은색만 엮이면 ‘흰금’으로 보인다는 패러디도 끊이지 않습니다. 파란 피부에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진 영화 ‘아바타’ 주인공을 ‘금발의 백인’이라고 말하는 네티즌까지 등장했습니다.
색깔 논쟁을 이용한 공익광고도 나왔습니다. 지난 7일 문제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 여성의 사진(사진)이 남아프리카공화국 구세군 트위터에 올라왔는데요. 드레스가 ‘파검’이 아니라 ‘흰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광고에는 “파란색과 검은색을 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요”라는 글씨가 커다랗게 적혀 있습니다. 아무리 봐도 여성의 옷은 흰색과 금색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여성의 얼굴과 허벅지에 검푸른 멍이 들어 있습니다. ‘파란색과 검은색’은 옷 색깔이 아니었던 겁니다. 구세군은 ‘여성 6명 중 1명이 폭력을 당합니다’라고 덧붙여 해당 사진이 가정폭력 근절 광고라는 걸 드러냈습니다.
우리는 철저하게 주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런 우리가 같은 것을 바라보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 드레스 사진 한 장이 증명한 놀라운 사실입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친절한 쿡기자] 파검이냐, 흰금이냐? 아직 드레스 색이 헷갈리나요… 더 중요한 걸 못보는 건 아닌지
입력 2015-03-09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