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등급 시설서 아이들은 ‘수업 中’

입력 2015-03-09 02:40

교육부가 붕괴사고 등 재난이 우려되는 노후 학교시설 35곳을 추가로 확인하고도 여전히 학생들을 이런 시설에서 공부하게 놔두고 있다. 해당 시설 리스트도 행정 절차 등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새 학기를 맞은 학생들은 아무런 정보도 없이 ‘위험시설’로 등교하는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 후 교육 당국은 학생 안전을 최우선 정책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절차 타령’을 하는 모습은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하다.

◇학교 안전, 제대로 챙기고 있나=교육부는 지난해 9∼12월 세월호 참사 후속조치 가운데 하나로 지은 지 40년 이상, 안전등급 C등급인 학교건물 747개동을 정밀 점검했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아 8일 공개한 ‘2014 노후건물 정밀점검 추진 결과’를 보면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되는 D등급 건물이 35곳 늘어났다(표 참조). 교육 당국은 여름철·겨울철·해빙기 등 1년에 3회 안전조사를 하는데 종전 조사에서 747개 노후 학교시설 중 D등급을 받은 곳은 없었다.

학교시설 안전 등급은 A∼E 5등급으로 나뉜다. D·E 등급을 받으면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돼 특별 관리되며 개보수 혹은 신축해야 한다. A등급은 종전 조사에서 26곳이었지만 한 곳만 빼고 모두 등급이 하락했다.

이처럼 큰 편차는 지금까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고 정 의원은 지적했다. 정 의원은 “첫 단계인 안전점검이 육안검사 위주였고 지난해 겨울 안전점검부터 전문가들이 참여했는데 이마저도 전체 점검인원의 3.1%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학교시설 안전점검은 ‘안전점검→정밀점검→정밀안전진단→재난위험시설 심의위원회’ 등 절차를 거치는데 첫 단계 안전점검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학생 안전은 뒷전?=더욱 큰 문제는 정밀점검 결과 D등급으로 분류된 건물에서 학생들이 그대로 생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여러 절차 중 하나인 정밀점검을 마쳤을 뿐이다. 아직 정밀안전진단과 심의위원회 등이 남았다”며 “심의위 결정 이후에 학생들에 대한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안전진단과 심의위 등 모든 절차를 마치려면 수개월이 소요된다. 봄철 해빙기를 맞아 사고 위험성이 높은데도 절차를 마쳐야 대체시설 이용 등 후속조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고교 교사는 “매년 개학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올해도 제발 무사히’라고 기원하곤 한다. 학교 차원에선 대체시설을 마련하기도 여의치 않아 당국의 조속한 조치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육부는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된 35곳의 건물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모든 절차가 마무리돼 재난위험시설로 확정돼야 공개할 수 있다고 한다. ‘불필요한 불안’을 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에 안전 문제에선 학부모와 학생의 알권리가 우선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