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KBS ‘불후의 명곡’ 무대에 오를 때 인이어 뺐어요. 리허설 한 걸 모니터했더니 제 목소리가 다시 미성이 돼 있더라구요.”(선우) “진짜? 잘했다. 잘했어.”(배재철)
선우(30·권민제)의 말에 테너 배재철이 칭찬을 쏟아냈다. 선우는 최근 클래식 음반 ‘더 클래식스(The Classics)’를 냈다. 음반은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클래식 장르 1위를 차지했다.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사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
“성악을 전공했지만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발성이 달라졌어요. 6개월간 배 선생님께 발성과 호흡을 배웠는데도 마이크를 잡으면 그때 목소리로 돌아가더라고요. 인이어를 끼면 더 심해졌어요.”
‘인이어’는 가수들이 무대에 오를 때 귀에 꽂는 이어폰으로 악기와 자기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선우는 숙명여대에서 성악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뮤지컬 배우와 방송 리포터로 활동했다. 정통 성악을 다시 하도록 도움을 준 사람이 배재철이었다. 그는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주인공 배우 유지태에게도 성악 발성을 가르쳤다. 영화는 배재철의 실제 얘기를 담았다.
“저도 그 영화 봤어요. 입속을 비워두는 혀의 위치나 얼굴 근육을 보니 유지태씨가 진짜 성악가 같더라고요.”(선우)
그녀 말대로 성악은 일반인이 노래를 부르는 것과 차이가 있다.
배재철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나 안드레아 보첼리는 팝을 해도 성악이라는 중심축이 느껴진다”면서 “클래식이 수백년 전 대중음악이었던 것처럼 지금의 대중음악도 세월이 흐르면 클래식이 될 것이다. 선우가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선우는 ‘팝 클래식’이라는 미개척 분야를 알리는 데 힘쓸 계획이다. 선우는 “2010년 출연한 KBS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서 ‘넬라판타지아’의 여자 솔로를 맡은 뒤 클래식도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오페라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팝페라’ 대신 클래식으로 다가가기로 했다.
그녀는 “뮤지컬 배우나 가수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싶고 조만간 일본에도 진출할 겁니다. 공연을 보여줄 무대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성악 대중화 멘토와 멘티로 만난 성악가 배재철·선우
입력 2015-03-09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