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려야 한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언급에 초당적 지지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가 지지부진한 이 시점에서 최저임금의 실질적 인상은 당면한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처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각한 양극화를 완화하고 근로빈곤층을 줄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 정부 및 청와대 지도부가 지난 6일 빠른 속도의 최저임금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데 한목소리를 내기로 합의한 것은 바람직하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박근혜정부가 소득 주도 성장 기조를 받아들이면 우리는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도 “임금을 올려 내수를 살려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 분위기대로라면 오는 6월 내년 최저임금 조정 때 획기적인 인상도 가능할 것 같다. 현재 시급 5580원인 최저임금이 4인 가구는커녕 혼자서 기초적 생활을 하기도 힘겨운 수준이므로 적어도 6000원대, 많게는 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인 7000∼8000원으로 끌어올려도 무방할 듯하다.
저임금 계층은 소득이 늘면 느는 만큼 바로 소비하는 경향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평균소비성향(처분가능소득 대비 소비지출)이 소득하위 20% 계층은 104.1%, 상위 20% 계층은 61.6%로 나타났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인상된 최저임금은 소비 성향이 높은 저소득층의 소비로 이어져 쉽사리 내수를 진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실질적 인상을 정당화하는 논리로서 무리가 없다고 본다.
문제는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해도 한계 상황에 처한 상당수 기업들은 이를 지킬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도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이 서비스업과 비정규직에 널리 퍼져 있는 실정이다. 일선 노동관서에서는 외식업·유통업 등의 자영업주에 대해 최저임금을 어겨도 합의를 유도하는 선에서 불법을 눈감아주는 게 관례가 돼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 못지않게 오른 임금을 근로자에게 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따라서 최저임금 정책은 체불임금 청산 작업의 효율화와 함께 시행돼야 한다. 임금을 제대로 안 주는 상습체불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한계기업의 청산을 앞당겨 대기업이 인수하게 하거나 새로운 기업으로 대체되도록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체당금 제도를 더 폭 넓게 활용할 필요도 있다.
최저임금을 올리는 다른 목적은 저임근로자뿐 아니라 전반적 임금 수준을 높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재벌그룹과 경총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재계를 대변하는 박병원 경영자총협회장은 최 부총리 발언 하루 만에 “기업경영 환경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으니 임금 인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정반대 의견을 냈다. 경총은 최저임금의 두드러진 인상에도 반대하고 있다. 임금 인상을 둘러싼 정부와 재계의 이견은 속히 조율돼야 한다.
[사설]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과 재계 협력 필요하다
입력 2015-03-09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