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배운 ‘서울대 지망생’… 경쟁 수험생 지원 막으려 가짜 성적표 인터넷 올려

입력 2015-03-09 02:43

점수를 부풀린 가짜 수능성적표와 이를 토대로 조작한 서울대 입시 커트라인 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해 경쟁자들의 하향지원을 유도했다는 의혹을 산 수험생이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입시에서 서울대에 응시한 모 대학 4학년생 A씨를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상위권 수험생 온라인커뮤니티 ‘오르비스 옵티무스'에 위조된 직인이 찍힌 가짜 수능성적표를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달 19일 시작된 서울대 정시전형 원서접수 직전에 자신을 포함한 수험생 카페 회원 70여명이 만점에 가까운 수능 점수를 받았으며 서울대 경영대와 사회대에 지원할 것이란 글도 올렸다. 이로 인해 경영대·사회대 합격선이 수능 표준점수 800점 기준으로 각각 531점과 528점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이보다 낮은 점수를 예상한 다른 수험생들은 A씨가 언급한 ‘만점 가까운 고득점자 70여명’이 그가 지어낸 인물들일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다. 경쟁자들의 하향지원을 유도해 본인의 합격 가능성을 높이려 했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A씨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수능성적표를 공개했고, 성적표에 찍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직인이 위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올해 서울대 경영대에 지원했지만 탈락했다. 어떻게든 서울대에 들어가고 싶어 그런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에서 “가짜 성적표를 커뮤니티에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위조는 내가 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돈을 주고 모바일 메신저 사진 전송을 통해 위조된 성적표를 건네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교롭게도 서울대 경영대 합격선은 예년보다 크게 낮았다고 입시업체들은 분석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허위 정보를 유포해 다른 수험생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의혹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해결할 문제란 것이다. 또 합격선이 낮아진 건 ‘물수능’ 효과일 뿐 A씨의 거짓말이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