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사 테러 이후] “서울은 안전 지역, 평소 경호 적절”… 美 ‘악영향 최소화’에 비중

입력 2015-03-09 02:41 수정 2015-03-09 09:30

미국 정부는 4일(현지시간) 마크 리퍼트 주한 미대사 피습 이후 1시간 반 만에 내놓은 성명에서 “이 폭력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리퍼트 대사에게 전화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하지만 사건 직후의 첫 반응 이후 미 국무부와 백악관의 논평은 훨씬 누그러졌다. 국무부 마리 하프 부대변인은 이후 연이틀 정례 브리핑과 성명에서 “한·미동맹은 굳건하며 이 사건이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할 것” “리퍼트 대사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리퍼트 대사에 대한 경호 허점과 보완대책을 묻는 미 언론의 질문에도 “서울은 매우 안전한 지역이며 평소 경호는 적절했다”고 감쌌다.

한국에서는 “테러 행위”라고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나왔지만 미 정부 공식 논평이나 관계자의 언론 인터뷰 어디에도 이 사건을 테러로 지칭한 경우가 없다. 대부분의 미국 신문과 TV 뉴스도 ‘미 대사가 공격당했다’고 했지 ‘테러 당했다’고 표현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국에서 이 사건을 테러로 지칭하며 파장을 확대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기조는 이번 사건 자체가 돌발적이고 개인에 의한 일회성 성격이 짙다고 파악된 데다 한·미 관계에 영향이 없도록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기본 인식이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미 관계 악영향 최소화’ 원칙은 우리 정부와도 깊은 공감대를 이룬 부분이다.

특히 해외 순방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전화하고 많은 국민들이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회복을 기원하는 등 우리 정부와 국민들이 보인 큰 관심, 배려가 미국 정부 내 분위기를 호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주한 미대리대사 출신인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박 대통령이 리퍼트 대사에 대한 비겁한 공격을 강하게 비난한 것은 한국정부가 안보와 미국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병상에서 트위터로 “한국민들의 관심에 감사드린다. 함께 갑시다”라고 하는 등 피해자인 리퍼트 대사의 의연한 대처도 한몫했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부상당한 리퍼트 대사의 의연한 자세와 이에 대한 한국인들의 호응이 미 정부 내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며 “웬디 셔먼 국무부 정무차관 연설 후폭풍에다 이번 피습 사건마저 터져 상황이 긴박했는데 리퍼트 대사가 악재들을 모두 날려버린 듯하다며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