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임금 문제가 제2의 공단 폐쇄로 이어질 수 있는 ‘태풍의 눈’으로 바뀌고 있다. 북한의 일방적인 인상 통보에 우리 정부가 ‘일절 응하지 말라’는 공문을 입주기업에 보내기로 하면서 양측 간 전면충돌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강력 반발이 명확히 예상되는 만큼 2013년의 폐쇄 사태가 재현될 개연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특히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사건과 연례 한·미 군사훈련 등으로 인해 남북 간 정세가 더욱 격화된 점도 이런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8일 “북한의 일방적 임금인상 통보와 관련, 공문을 통해 정식으로 정부 지침을 기업들에 전달할 예정”이라며 “북한 요구를 인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공문이 작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문에는 또 북한 근로자들의 3월분 임금을 북한이 요구한 대로 인상하지 않은 채 종전과 같은 금액을 지급해 달라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3월분 임금은 4월 10∼20일 지급될 예정이다.
만약 기업들이 정부 지침에 따를 경우 북한은 강하게 반발하며 각종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는 공단 내 생산품 반출 금지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더 나아가 2년 전처럼 북측 인원을 모두 철수시키고 공단 전체를 가동 중단하는 데까지 나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단호한 대응 방침을 굳힌 모양새다. 만약 북한 요구에 우리 측 기업이 굴복할 경우 ‘임금은 양측 합의 하에 인상한다’는 공단 창설 당시의 원칙이 다 무너지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요구를 받아들이면 북한은 앞으로 모든 법과 규정을 입맛에 맞게 다 뜯어고칠 것”이라며 “결국 무법천지가 되니 우리로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정부는 이미 ‘최악의 사태’에도 대비하고 있다. 지난 5일 입주기업 협의체인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과 대책회의를 갖고 유사시 남북경협보험금을 기업들에 지원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기업들이 임금 인상에 응하지 않으면 북한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기업들을 압박할 것”이라며 “사업이 불가능한 사태에 이르면 정부가 퇴로를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강하게 나왔다”고 전했다.
보험금 지원은 공단 폐쇄를 위한 수순의 일종으로, 2013년 공단 장기 가동 중단 당시 59개 기업에 1761억원이 지급된 바 있다. 보험금이 지급되면 기업은 자산에 대한 소유권을 정부에 넘기게 된다.
개성공단 1차 폐쇄 사태는 가동 중단 이후 5개월 만에 풀렸다. 북측이 먼저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고, 남측 요구를 대폭 수용하면서 해결됐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4일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들의 월 최저임금(현 70.35달러)을 3월부터 74달러로 인상한다고 우리 측에 일방 통보했었다. 정부는 수용불가 입장과 함께 이 문제를 논의할 공동위원회를 13일 열자고 제안했지만 북한은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이슈분석] 남북, 임금 충돌 개성공단 ‘암운’… 정부 “인상 안돼” 기업들에 공문 발송키로
입력 2015-03-09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