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문재인, 더 달라져야 한다

입력 2015-03-09 02:05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달라졌다. 2012년 대선 당시와 비교할 때 그렇다. 대선 패배 학습효과가 이제야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2년여 전 문 대표의 안보관은 다소 불안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중단 등을 주장한 것이 사례다. 지지자들을 의식해 종북 색채가 짙은 통진당의 손을 잡기도 했다. 또 진보는 옳고, 보수는 그르다는 이분법적 사고를 종종 드러냈다. 민생 문제를 개선하는 데에는 등한시했다. 대선에서 진 요인들이다.

그로 인해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졌다. 5070세대가 대거, 그것도 자발적으로 투표장으로 향한 것이다. 연령별 투표율을 집계해보니 50대가 1위, 60대 이상이 2위였다. 투표에 참여한 5070세대의 67% 정도가 ‘박근혜 후보’에게 표를 주었다. 대선 과정에서 문 대표 진영이 지지층인 2040세대를 너무 중시하자 이에 자극받은 5070세대가 투표로 뿔난 심정을 표출한 셈이다. 문 대표에게는 뼈아픈 실책이었다.

그가 대표로 선출된 지 한 달이 됐다. 야당 대표로서의 몇몇 행보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대표 첫 공식 일정으로 결정한 것부터 그랬다. ‘역사의 가해자’ 운운하며 참배를 거부했던 종전의 입장을 스스로 거둬들였다. 보수층 및 중도층 끌어안기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인권법 제정에 다소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유능한 경제정당’을 강조하고 있는 것,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제·안보 회담을 제의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주한 미대사 테러 사건과 관련해 ‘한·미동맹’을 강조하면서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로 적극 나서는 모습도 예전과 차이가 있다. 그는 지난 6일 “의연한 모습을 보여준 마크 리퍼트 미 대사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응원한 뒤 곧바로 주한 미대사관을 방문해 “한·미 관계를 더 굳건히 하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8일엔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아 리퍼트 대사를 직접 위로했다. 한·미 양국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논란이 벌어질 때 ‘동맹’보다 ‘군사주권’에 중점을 뒀던 과거의 문 대표가 아니다.

변화는 일단 긍정적이다.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그가 20%대 후반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점도 탈바꿈하려는 노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대선 패배의 반성이 그렇게 치열한 것 같진 않다. 이따금씩 나타나는 그의 신중하지 못한 언행들 탓이다. 지난달 14일 뜬금없이 여론조사를 통해 국무총리 후보 인준 여부를 결정하자고 제안했다가 역풍을 맞더니, 최근 전북을 방문해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필요성을 제기해 구설에 올랐다. 인천국제공항과 새만금이 얼마나 떨어져 있다고, 그리고 운영난으로 문 닫는 지방공항이 나오고 있는 마당에 국제공항을 또 짓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선 때 지적된 아마추어리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의미 아닐까 싶다.

새정치연합의 체질 혁신도 병행해야 한다. 지난 대선 직후 야당 의원들은 국립현충원 앞 맨바닥에 무릎 꿇고 엎드려 국민들에게 “잘못했습니다. 거듭나겠습니다”라며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그 이후 지금까지 거듭나기 위해 과연 무엇을 했는가. 기득권을 내려놓았나, 민생을 제대로 챙겼나, 계파 갈등을 없앴나. 지난 2년간 야당 행적에 대한 자성과 그에 따른 쇄신이 필요하다. 야당의 변화가 없는 문 대표 본인의 변화만으로는 조만간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 길,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고 하나하나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김진홍 수석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