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문흥호] 全人大와 중국의 ‘뉴노멀’

입력 2015-03-09 02:30

중국의 주요 국가전략과 정책은 대부분 두 차례의 연례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하나는 매년 10월 중순에 열리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 전체회의(中全會)이며, 다른 하나는 3월 초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즉 전인대다. 두 회의는 글자 그대로 중국공산당과 인민을 각각 대표하며 그 성격과 역할이 다르다. 중국은 공산당이 국정 전반을 통제하는 소위 ‘당 국가(party state)’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매년 가을 공산당이 국가전략의 근간을 마련하면 이듬해 봄 전인대가 세부 정책을 결정하고 중앙정부인 국무원이 이를 시행한다.

그동안 전인대는 공산당의 방침에 절대적으로 순응하는 ‘거수기’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한계는 지금도 여전하지만 점차 인민을 대표하는 헌법상 최고 권력기관으로서 입법과 감독, 고위 공직자 임면, 예산 배분 등의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공산당 대회와 함께 전인대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5일 이후 베이징에서는 제13기 전인대 3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전국에서 모인 2900여명 인민대표들은 열흘의 회기 동안 분야별 주요 정책과 시정 방침을 심의·결정한다.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의 정부보고(政府工作報告)에서 제시된 중국의 향후 주요 국정방향은 다음과 같다.

민생안정·부패척결 강조한 올해 전인대

첫째, 민생 안정을 최우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지적대로 사회주의 중국의 진정한 영웅인 노동자와 농민에 대한 배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라는 인식에 기인한다. 1949년 신중국 수립의 주역인 이들은 정작 비약적인 경제성장 과정에서 밀려나 삶이 더욱 곤궁해진 무늬만 영웅인 사회적 약자다. 현 중국지도부는 인구의 절대 다수인 이들의 생활 여건을 향상시키지 않고서는 ‘중국의 꿈(中國夢)’이 결코 실현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둘째, 부정부패의 지속적인 척결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의 확립은 중국이 표방하는 최우선적 시정방침이다. 특히 시 주석은 전례 없는 강도로 부패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기득권자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고 있지만 어설피 물러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리 총리가 부정부패와 권력 남용의 빌미가 되는 ‘인치(人治)’의 척결과 ‘법치(法治)’의 확립을 통해 부패의 온상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도 그 때문이다.

셋째, 경제·사회 전반에서 속도보다는 안정, 양보다는 질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단적으로 금년의 경제성장 목표를 7% ‘내외’로 하향조정했다. 7%로 못 박지 않은 것은 이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그동안 중국은 고속성장을 지속했고 결과적으로 미국을 넘보는 ‘G2’에 근접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국가, 사회의 구석구석이 과열의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맹목적인 전진보다 안정과 내실이 더욱 절실하다.

中 지도부, 사회적 정의 실현에 주력할 듯

결국 이번 전인대에서 제시된 중국의 향후 국정 기조는 성장의 기본 동력은 유지하되 소외 계층의 민생 개선에 주력하는 것이다. 사실 국가의 외형적 부강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인민들의 삶이 오히려 위축되는 성장의 역설을 치유하지 못한다면 중국의 미래가 결코 밝지만은 않다.

요즘 중국 지도부가 하나같이 강조하는 ‘뉴노멀(新常態)’은 그동안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중국 사회 전반에 대한 자기반성과 혁신의 필요성을 함축하고 있다.

적어도 사회주의란 이름에 걸맞은 사회적 공평과 정의의 실현, 경제적 성장과 분배의 균형 여부에 시진핑-리커창 체제의 정치적 운명과 중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