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갈등, 성(性)∼격차, 의무방어, 정사, 잠자리, 외도….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하이패밀리 세미나실에서 크리스천 기혼자들이 쏟아낸 교회 내 ‘금기 언어’들이다. 간통죄 폐지로 성 윤리가 무너지고, 견고한 가정의 뿌리가 흔들릴 것이란 우려 속에 긴급히 마련된 좌담이었다. 주제는 ‘행복한 부부 성(性)생활에 관한 노크’. 이날 참석한 김영필(51·경기도 파주시) 목사, 윤신애(46·충남 예산) 사모, 노정화(37·서울 노원구) 집사는 한때 ‘성격차’로 심각한 부부갈등을 겪었지만 하나님 말씀에 근거한 ‘사랑법’으로 부부관계를 회복했다. 이들은 “사람들의 의식구조가 날로 발전하고 있는데 과거 전통적인 유교적 가치에 얽매어 언제까지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가정 행복이나 가족의 가치는 법이 아니라 당사자가 지켜야 한다.
우리에겐 세상 법보다 더 큰 사랑의 법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부부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거나 가정의 위기를 겪고 있다면, 교회에선 쑥스러워 말도 못 꺼냈던 이들의 성에 관한 솔직한 대화가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 같다. 좌담은 하이패밀리 가정사역평생교육원 김향숙 원장의 사회로 3시간 동안 이어졌다.
△김 원장=우리나라 이혼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최고다. 가족 해체가 심각한 실정이다. ‘성격차’ 때문에 이혼한다고 하는데, 그 수면 밑에는 성 갈등이 존재한다. ‘성격차’는 곧 ‘성(性)∼격차’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부부 사이에 성생활이 사라지면 간음, 간통이 시작된다. 부부는 적극적으로 성관계를 충실히 가져야 한다. 이는 제삼자와의 정사를 피하는 것뿐 아니라 배우자와 적극적으로 관계를 갖는 것을 뜻한다. 간통죄 폐지로 오히려 가정의 가치는 더 중요해졌다. 간통죄보다 더 강력한 말씀의 기초 위에 가정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부부가 행복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부부생활에서 중요한 ‘성∼격차’부터 해소해야 한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달라도 너무 다른 남녀의 ‘성(性)∼격차’
△윤 사모(결혼 25년차)=결혼 초 그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목회자인 남편에게 “예배 인도해야 하지 않나요?” “설교에 집중하셔야죠”라는 말로 거절의 이유를 찾았다. 그땐 성에 대한 느낌을 몰랐다. 아이들도 있고 시부모와 함께 살았는데, 연애할 때 남편의 손이 다가오면 설레던 그 감정이 이런 환경 때문에 긴장감으로 바뀌면서 더 싫었던 것 같다.
△노 집사(결혼 15년차)=술, 도박, 외박 등을 일삼은 남편과 신혼 때부터 갈등을 겪었다. 부부싸움 후 남편은 미안하다는 말을 쉽게 했다. 게다가 미움이나 마음 상함이 풀리지도 않았는데, 남편은 화해 의미로 잠자리를 요구했다. 육아에 전념하느라 몸은 피곤한데 밤까지 봉사해야 하나?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나는 마음이 닫혀 있는데 어떻게 성을 즐길 수 있나. 남편이 상처를 받거나 말거나 거부하고 또 거부했다. 남편에 대한 미움을 그가 원하는 성 관계 거부로 표현했다. 성을 무기로 삼았던 것 같다.
△김 원장=여성 중에 그런 분이 많다. 결혼생활에 심각한 영향을 줬을 것 같은데.
△노 집사=아예 대화조차 안 했다. 가정사에 무관심하고 밖으로만 더 돌았다. 계속 거절당하는 남편의 자신감 잃은 모습을 보면서 어느 순간엔 죄책감이 조금 들기도 했다.
△윤 사모=부부관계를 거절한 다음날이면 남편은 어김없이 짜증을 냈다. 왜 화를 내는지 몰랐다.
△김 목사(결혼 27년차)=남자는 성적으로 만족 못하면 일상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부부관계를 응해주지 않았다? 순간 여러 생각이 밀려온다. 수치심부터 부끄러움, 더러움까지 생각할 수 있다.
△김 원장=계속 거절당하는 남편은 분노하게 되고, 충동적으로 변한다. 남자들의 성이란 생물학적이고 본능적이다. 반면 여성의 성은 관계적이고 정서적이다. 그래서 남성과 정서적으로 교감을 이뤘을 때 여성의 몸이 열린다. 여성은 마음이 열려야 몸이 열리고, 남성은 몸이 열려야 마음이 열린다. 이것이 ‘성∼격차’다. 평소 사랑의 표현이 없다가 밤에만 요구하는 남편을 어떤 아내가 좋아하겠는가. 일상에서 아내를 배려해야 한다.
부부생활에 중요한 건 이해와 배려
△윤 사모=6개월에서 1년 동안 부부관계를 안할 때 남편은 내 마음에 다른 사람이 있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결혼하고 15년쯤 지났을 때 하이패밀리 부부행복학교에서 처음 성을 배웠다. 솔직히 그 전에는 계속 거절하는 게 미안해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의무방어전’을 치렀다. 하지만 부부행복학교에서 교육받은 후에는 성에 대한 마음이 열렸다. 교회 가는 남편에게 “여보, 저 낮에 시간 있어요”라고 말할 정도다. 남편 표정이 어찌나 밝고 환하던지. 그제야 “내 아내 같다”고 하더라. 이후로는 남편이 원하면 즐겁게 다 응했던 것 같다.
△김 목사=성에 대한 교육과 학습이 없었으니 부부 사이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아내는 경제적으로 힘들면 더 마음의 문을 닫았다.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아내의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넘겼다. 경제적으로 좀 나아지니 부부 사이도 원만해졌다. 우리 부부에겐 신뢰, 믿음보다 가정 형편이 우선했던 거 같다. 4년 전 부부행복학교에 갔고, 처음으로 성이 주는 기쁨을 아내와 함께 이야기했다. 부부행복학교에서 집단교육과 부부 성클리닉을 통한 개별치료를 병행했다. 성에 대한 성경적 관점, 성의 중요성, 남녀 성 차이 이해, 실제적인 성기술 습득, 간통이나 성희롱 등의 성범죄 예방법 등도 배웠다.
△김 원장=하나님은 우리에게 성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라고 선물을 주셨다. 함께 성을 나눔으로써 부부가 한몸을 이루면 정서적으로 많은 선물을 받는다. 남성은 분노를 조절하고, 결혼생활을 파괴할 수 있는 요소들을 예방할 수 있다. 성을 나눔으로써 남성은 행복해한다. 이런 선물을 아내가 줄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남자만을 위한 선물일까.
△윤 사모=남편이 성생활에 만족하니 웃음이 늘었다. 아이들이 그런 아빠를 좋아하고, 가정이 회복됐다. 따뜻한 말도 할 줄 안다. 특히 나를 배려하더라. 남편이 등 돌리고 눕는 게 싫은데, 그런 마음을 이야기했더니 “미안하다”며 이해하고 받아줬다. 스스로 감정을 다스리고 조절하더라.
△김 원장=좋은 방법이다. 성을 나누면서도 계속 대화하고, 개발해 나가야 한다. 결혼했다는 건 성을 사용해도 된다는 면허증을 받은 것에 불과하다. 성에 대해 소통하는 게 필요하다.
△김 목사=요즘엔 아내와 성적인 문제를 터놓고 자주 이야기한다. “당신이 최고야” “모두 당신 덕분이야” 이런 말도 한다. 여성은 청각이 제2의 성감대라고 하는데,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보니 맞는 것 같다. 나는 그동안 성을 내 중심적으로 생각했다. 성은 서로의 몸만 만나는 게 아니라 정서까지도 담고 있는데, 관계 회복을 위한 도구로 성생활을 원했던 게 많았다. 그 점은 아내에게 미안하다.
△김 원장=그렇게 억지로라도 사랑을 나누다보면 단절된 관계가 연결되기도 한다. 남편이 아내의 품을 따라 들어오게 된다. 내 품으로 들어오면, 성경 말씀대로 남편을 존경해야 한다. 존경할 게 없는데 왜 존경을 해? 그렇게 하면 남편은 어디서든 존경받지 못한다. 성경의 원리는 존경할 수 없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다. 내 마음과 감정은 아니어도 존경하면 그 결과로 정서적 풀림이 있고, 가까워진다.
교회여, 성(性)을 소통하라
△노 집사=오늘 이 시간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성을 무기로 사용한다는 건 비성경적이고 하나님 보시기에 옳지 않다는 거다. 사실 남편과 관계가 온전히 회복된 건 아니지만 많이 좋아졌다. 각방 쓰던 것을 합친 게 주효했다. 살을 맞대는 작은 변화에도 남편은 달라지더라. 아이를 씻기고, 설거지를 도와준다. ‘좀더 일찍 남편을 존경하고 이해했더라면 주눅들었던 남편의 기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김 원장=하나님은 남성에게 “사랑하라”, 여성에겐 “존경하라”고 명했다. 누가 먼저 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성경은 피차 그렇게 하라고 한다. “형제를 사랑하여 서로 우애하고 존경하기를 서로 먼저 하며.”(롬 12:10) 남편에게 순종한다는 것이 지위가 낮아서, 종이 주인에게 순종하는 식이 아니다. 역할 차이다. 세상적인 가치로 결혼생활을 하면 안 된다.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내는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남편이 하며 남편도 그와 같이 자기 몸을 주장하지 못하고 오직 그 아내가 하나니.”(고전 7:4) 성적인 욕구를 함부로 거절하면 안 된다는 의미다.
△김 목사=목회자의 성 의식도 달라져야 한다. 교회 안에도 이런 갈등을 겪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가. 언제까지 “기도합시다”라고 말할 것인가. 하나님이 모든 걸 다 알아서 해결해준다는 식의 말은 정말 무책임하다. 교회에서 부부학교나 결혼예비학교 등을 열어 적극적으로 성을 알아가야 한다.
△김 원장=성은 경건하지 못하다는 사고부터 깨야 한다. 하나님께서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교회는 성을 더 이상 음지에 가두지 말고, 양지로 끌어내 말씀의 빛을 쬐게 해야 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뉴스&이슈-크리스천과 性] 기혼자 4인 (19) 솔직 대담
입력 2015-03-07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