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 대사 테러-국보법 위반도 적용될까] 金자택서 이적성 의심 서적 발견… 행적·배후 조사

입력 2015-03-07 02:09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씨가 6일 오후 휠체어에 탄 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서영희 기자

수사 당국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55)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한 데 이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수사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

서울 종로경찰서에 설치된 경찰 수사본부는 6일 김씨에게 살인미수, 외국사절폭행,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사전에 흉기를 준비했고 스스로 “열흘 전부터 계획했다”고 밝힌 점, 살인 무기가 될 수 있는 길이 24㎝ 과도를 이용한 점, 안면 부위를 공격해 깊은 상처를 낸 점, 공격이 여러 번 되풀이된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외국사절 폭행은 공격 대상이 외교관이어서, 업무방해는 민간단체 행사장에서 범행을 저질러 추가로 적용됐다.

경찰은 김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함께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공범이나 배후세력이 있는지도 확인 중이다. 김씨의 과거 행적과 이번 범죄의 관련성, 배후세력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하고 있다.

김씨는 1999∼2007년 모두 7차례에 북한을 방문했다. 2011년 12월 서울 대한문 앞에서 김정일 분향소 설치도 시도했다. 그의 사무실 겸 거주지 압수수색에선 이적성이 의심되는 서적이 다수 발견됐다. 김씨가 한 달에 한 번꼴로 개최한 평화협정 시민토론회도 수사선상에 올랐다. 김씨는 토론회에서 남북 평화통일의 징검다리로 평화협정을 주장하곤 했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토론회를 주최하면서 김씨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북한의 주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김씨의 글이나 구호 등에서 드러나는 내용이 북한과 유사하다고 경찰은 판단한다. 사건 당일 김씨가 현장에 배포하려고 가져온 유인물에도 전시작전권 환수를 주장하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국보법 수사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북한을 여러 번 다녀왔다는 점 등을 이유로 ‘몰아가는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김씨의 7차례 방북 중 6차례는 통일부 승인에 따른 개성 방문이고, 나머지 한 번은 금강산 관광이었다. 배후세력에 대해서도 김씨가 북한에서 어떤 사람을 만났는지 등 수사를 확대할 만한 실마리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으로 국보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특정 증거가 발견된 것이 아니고 ‘관련성’을 확인하는 차원”이라며 “여러 행적, 활동 상황, 압수수색 결과물을 가지고 종합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보법을 적용한다기보다는 국보법도 검토하는 ‘다각적인 방향’으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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