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학교 성적과 학업 성취도가 뒤처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한국 학생들의 남녀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5일(현지시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분석 결과 PISA 기준 이하 성적을 받은 비율이 여학생보다 남학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조사는 2012년 OECD 회원국 등 65개국의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 독해와 수학, 과학 세 과목 중 한 과목 이상 PISA 기준 이하 성적을 받은 학생 비율이 OECD 회원국 평균은 남학생 61%, 여학생 39%로 나타났다. 한국은 이보다 격차가 더 크게 벌어져 남학생의 경우 66%, 여학생은 34%로 조사됐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7일 발간 예정인 최신호에서 ‘열등한 성(性)’이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분석을 전했다. 조사 결과 여학생이 전체적으로 남학생보다 성적이 약 1년 앞선 것으로 평가받았으며, 남학생은 여학생보다 과락할 가능성이 50% 더 높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남학생들은 수학만 여학생들보다 약 3개월 진도가 앞설 뿐 과학은 비슷하고 독해에서는 여학생들에게 크게 뒤처졌다.
이렇게 차이가 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생활과 학습 태도 등 다방면에서 원인을 찾았다. 여학생은 남학생보다 평균 1시간 더 많은 주당 5시간30분 공부하는 반면 남학생은 비디오 게임과 인터넷 서핑에 여학생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미로 책을 읽는다’고 답한 비율은 여학생의 경우 4분의 3에 이르지만 남학생은 절반도 안 됐다.
학습 태도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났다. ‘학교 수업은 시간낭비’라고 답한 비율은 남학생이 여학생의 배에 이른다. 남학생들이 학교를 멸시하는 것은 과거 교육받지 않은 남성들도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았기 때문이었지만 이제는 옛말이 됐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늦은 결혼과 출산율 하락 등의 요인이 역으로 여성에게는 고등교육의 기회를 넓혀줬으며, 과거에 비해 기혼 여성의 취직이 쉬워지면서 높아진 경제적 자립도 등이 이런 흐름을 유도하고 있다고 이 잡지는 분석했다. 대학에 진학하는 여성이 늘면서 대기업 경영자나 변호사, 의사, 금융인, 정치인 등 과거 남성 중심의 직종도 사회적 성취를 갈망하는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여성보다는 교육을 받지 못해 특별한 기술이 없는 남성이 고통을 겪을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그러나 고등교육과 남녀 임금 격차, 기업 임원과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을 종합해 집계한 ‘유리천장지수(직장 내 성차별)’에서는 한국이 100점 만점에 25.6점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인 28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경영대학원(GMAT)의 여성 비율이나 출산휴가 기간, 고등교육 비율 등이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남학생이 여학생에 성적 뒤지는 건 세계적 현상… 한국 남녀 격차는 OECD 평균보다 크다
입력 2015-03-07 03: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