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수사를 지휘·지원할 특별수사팀을 꾸린 서울중앙지검은 팀 명칭을 어떻게 할 것인지 신중히 논의했다. 세계적 관심이 쏠린 사건의 성격을 그대로 규정하는 이름이기에 정확해야 했다. 고심 끝의 결론은 ‘테러 특별수사팀’이 아닌 ‘피습사건 특별수사팀’이었다.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이상호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테러’의 개념은 계속 바뀌어 왔다”며 “일반적 폭력보다 급박한 상황이지만 단정적으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5일 사건 발생 직후 수사 지휘를 대공·대테러 전담 공안부에 맡기면서도 “테러 행위로 볼 여지가 있다”며 신중함을 드러냈었다.
검찰이 수사 착수 시점에 선뜻 ‘명백한 테러’를 언급하기 어려운 이유는 테러방지법 등 테러와 관련한 각종 법체계의 미비 때문이기도 하다. 법학계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테러의 개념이 법적으로 명쾌히 확립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한국테러학회장인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는 “테러의 개념이 다양한 법률에 산재해 있어 정확한 개념·범위조차 규정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테러에 대한 법률적 대응이 명시된 규정은 1982년 1월 공포된 대통령훈령 제47호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이 유일하다. 그나마 법률이 아닌 대통령훈령이어서 부처 간 협조가 어렵고, 일반 국민에게는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제16대부터 제18대 국회에는 국가정보원 주도의 테러방지법안이 논의 대상으로 올랐지만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다. 위험성이 커지는 사이버 테러 관련 정책, 법률적 대응도 불충분하다는 평가가 많다.
제19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 등이 국정원 소속 국가대테러센터 설치, 대테러 활동 총괄을 골자로 하는 ‘국가 대테러 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을 발의했지만 이 역시 여전히 계류 중이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이날 전국 검사장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언급하며 “선진국과 달리 이러한 범죄 예방을 위한 법률적 수단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여러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는 테러방지법이 없는 현실이 세계적 흐름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2000년 9·11사태 이후 테러를 막을 제도적 장치 구축에 애써왔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의 반인륜적 범죄가 불거진 최근에는 테러방지 추세가 더욱 강화됐다. 영국은 첩보부(MI5) 산하에 ‘외로운 늑대’(자생적 테러리스트) 전담 부서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IS 조직원으로 활동하는 국민이 발생하고, 서울 한복판에서 동맹국 외교사절이 피습당한 한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날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을 논하는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한희원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반듯한 법치주의는 시대 상황에 맞는 올바른 법을 요구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테러방지법을 포함해 실질적 국가안보 법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원 정현수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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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7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