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창작 뮤지컬 ‘난쟁이들’] 솔직하고 선을 안 넘는 야한 대사 ‘재미’ 발칙·유쾌

입력 2015-03-09 02:44
뮤지컬 ‘난쟁이들’의 한 장면. 난쟁이마을에 사는 난쟁이들이 인생역전의 부푼 꿈을 안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PMC프로덕션 제공

백설공주, 인어공주, 신데렐라…. 동화 속 공주들이 그 모습 그대로 등장하는 무도회장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우아한 드레스 자락을 들어올리며 직설적인 이야기가 오간다. “잘생긴 왕자들을 많이 만나봤지만 뜨거운 밤을 만들어주진 못 했어”라며 담배에 불을 붙이는 백설공주. 신데렐라는 한 술 더 떠 “남자 잘 만나 팔자 고쳤다”는 말을 듣고는 “돈이 더 많은 남자를 찾겠다”고 코웃음을 친다. 지고지순한 사랑을 해왔던 인어공주는 ‘바보’ 취급을 당한다.

기존의 문법을 완전히 깨부순 발칙하고 유쾌한 창작 뮤지컬이 등장했다.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4월 26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 중인 ‘난쟁이들’이다.

작은 키에 허름한 옷, 백설공주가 왕자를 만나 떠난 후 꿈과 희망 없이 살아가던 난쟁이들. 조명은 이들을 비춘다. 착실하게 금을 캐며 한 달에 한 번 받는 빵 한 조각을 기쁨으로 삼았던 난쟁이 찰리와 빅은 동화 속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꾼다. 방법은 단 하나 이웃 나라 공주와 결혼해 왕자가 되는 것이다.

어른들의 뮤지컬을 표방하는 이 작품은 각종 고전 동화를 엮어 ‘신데렐라 콤플렉스(남자에게 보호받고 의존하며 행복을 얻는 모습)’를 꼬집는다.

극중 찰리의 아버지는 “절대 가장은 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무도회에 가기 위해 왕자로 변신하려는 난쟁이들에게 마녀는 “마법은 돈이 있어야 먹힌다”며 꾸지람을 한다. 대사 속에 숨어있는 우리네 모습에 관객들은 열광한다. 계산적인 현대인들의 사랑, 열심히 일해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 다른 세계 속의 왕자와 공주의 삶을 풍자하는 부분에선 한껏 웃으며 위로 받는다.

대사는 솔직하고 야한데도 선정적이지 않고 재밌다. ‘B급 코드’를 제대로 관통한 뮤지컬의 탄생이다. 이지현(33) 작가와 황미나(30) 작곡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작품으로 이 무대를 구상했다가 이 작품으로 데뷔하게 됐다. 아이디어를 눈여겨 본 ‘난타’의 PMC 프로덕션이 제작에 나섰다.

개막 전 온라인을 통해 공개된 넘버 ‘끼리끼리’의 뮤직비디오도 화제가 됐다. 금발 단발머리 가발을 쓴 왕자 3명이 “변하지 않는 세상의 법칙/ 사람들은 끼리끼리 만나”라고 외치는 가사는 중독성이 있다. 찰리는 배우 정동화(31)와 조형균(31)이, 빅은 진선규(38)와 최호중(34)이 맡았다. 신데렐라 역을 여장으로 소화한 배우 전역산(32)의 활약도 눈부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