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사건을 두고 ‘정의의 칼 세례’ ‘응당한 징벌’ 운운하는 등 대대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비이성적 선동’이라고 규정하며 강경하게 맞대응했다. 남북관계에 또 하나의 악재가 발생한 셈이다. 남남갈등 우려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북한의 모든 매체는 6일 일제히 범인 김기종(55)씨를 찬양하고 나섰다. 노동신문은 리퍼트 대사가 피를 흘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 2장과 미국 CNN 방송의 보도 장면을 담은 사진 1장을 소개하며 ‘정의의 칼 세례’라고 주장했다(사진).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도 사건을 반복 보도하며 김씨의 범행을 ‘정의로운 행동’이라 치켜세웠다.
전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테러 발생 10시간 만에 빠른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통신은 “미국을 규탄하는 남녘 민심의 반영이고 항거의 표시”라고 북한 조선중앙TV도 사건 소식을 관련 사진과 함께 전했다.
우리 정부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태도는 테러에 반대한다는 북한의 대외적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비이성적 선동을 그만두고 남북관계 발전과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스스로 할 바가 무엇인지 숙고해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또 “외교사절에 대한 가해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면서 “북한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민심의 반영 운운하며 사건을 왜곡·날조하고 나아가 이를 두둔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1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암살을 다룬 영화 ‘인터뷰’의 베를린국제영화제 출품을 두고 ‘테러선동행위’라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이번 테러 사건으로 한때 한·미 관계에 이상기류가 흐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그 파장은 도리어 남북관계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찰 수사 과정에서 범인 김씨의 ‘종북’ 성향이 확인되거나 행여나 그 배후가 밝혀질 경우 한반도 정세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올 수 있다. 우리 국민의 북한 인식이 악화되는 한편 남남갈등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남북 민간 교류의 중추적 역할을 맡아오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의 활동 위축도 악재로 꼽힌다. 민화협은 1998년 ‘민족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을 기치로 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기업 등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각계 단체들이 모여 출범한 협의체다. 올해도 6·15 공동선언 15주년을 기념해 남북 공동 문화행사와 협력사업들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최근 밝혔으나 사건 여파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홍사덕 대표상임의장은 리퍼트 대사가 민화협 주최 행사에서 공격을 받은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한·미 군사훈련이 끝나면 남북 민간단체 간에 6·15 행사와 8·15 행사를 어떻게 치를지 의견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는데 준비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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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7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