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특정 테마에만 몰두했던 것 같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개혁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기술금융, 핀테크(금융+기술) 활성화, 인터넷전문은행 등 개별 사안에 대해 당국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걸 잘하면 금융개혁이 되는지에 대해 금융권은 반신반의한다. 모험자본을 육성하기 위해 벤처와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창조경제를 지원하겠다는 계획은 박근혜정부 출범 후 3년째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막대한 자금이 실제 현장에 전달되고 있는지에 대한 진단과 성과평가는 부족하다. 지난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업이 고장났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기재부는 실물경제에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문제와 관련해 금융위에 상당한 불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지금이 개발시대처럼 은행이 돈을 풀면 성장률이 팍팍 오르는 시대도 아니고, 그걸 강요할 수도 없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기조 속에서 가계부채 리스크 관리대책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고, 자본시장 활성화는 세제개편의 벽에 막혀 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도 당국의 금융개혁 비전은 종합 청사진보다는 단기 성과에 치우쳐 금융권을 압박하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벤처·중소기업 자금 지원이 금융업 발전과 성장에 어떻게 기여할지 가늠키 어렵다. NH농협지주 회장 출신으로 현장 경험이 있는 임종룡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넘어서야 할 과제들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에 따르면 임 내정자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의 아파트와 관련해 2004년 3월 매매 당시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세금 약 2700만원을 덜 낸 것으로 6일 드러났다. 당시 관행에 따랐다고 해도 원칙을 무시한 행동이다. 금융개혁 과정에서도 제대로 된 원칙들을 세우고, 금융의 자금중개 기능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임 내정자가 추진키로 한 금융개혁회의도 원칙이 아닌 팔 비틀기와 관행만 들이댄다면 금융개혁은 요원할 것이다.
백상진 경제부 기자 sharky@kmib.co.kr
[현장기자-백상진] 길 잃은 금융개혁… 임종룡號의 돌파 카드는?
입력 2015-03-07 02:31 수정 2015-03-07 1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