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건조한 겨울에 제습기 불티… 가전 구입 ‘계절파괴’

입력 2015-03-07 02:26
왼쪽부터 삼성전자 2015년형 스마트에어컨 Q9000, 삼성 공기청정기 블루스카이AX7000, LG전자 휘센인버터제습기.

‘건조한 엄동설한에 제습기가 불티나게 팔렸다?’

소비자들이 기능성 가전제품을 다양하게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계절가전’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여름철엔 제습기’ ‘봄·가을엔 공기청정기’ ‘김장철엔 김치냉장고’라는 공식이 깨지면서 업계에서는 제품의 사계절 활용법을 홍보하며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 여름가전이었던 제습기는 최근 겨울철 판매량이 급증했다. LG전자에 따르면 LG휘센 제습기는 2013년 겨울(11∼12월)에 비해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이 5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전유통업체 롯데하이마트도 2년 전엔 거의 이뤄지지 않던 제습기의 겨울철 판매가 2013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습기는 공기 중 습도를 낮춰주는 제품으로 과거에는 여름 장마철을 앞두고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가전업계 마케팅도 여름철에 집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겨울철 가정 내 결로현상으로 인해 생기는 습기를 제거하는 용도로 제습기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겨울에도 판매가 이어지고 있다. 추운 날씨 탓에 실내에서 빨래를 말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등 활용 범위가 넓어진 것도 겨울철 판매를 늘리는 데 한몫했다.

겨울에도 소비자들의 여름 가전 수요가 이어지자 LG전자는 LG베스트샵 주요 매장에서 제습기로 빨래를 건조하는 모습을 시연하는 등 적극적인 겨울 마케팅에 나서기도 했다. 롯데하이마트 박근일 계절가전 바이어는 “여름에만 팔리던 제습기가 사계절 가전으로 자리 잡으면서 꾸준하게 구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름 가전인 에어컨의 경우 공기청정 기능이 추가되면서 겨울은 물론 봄에도 사전 예약을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여름철에 임박해 구매할 경우 예약이 몰려 당장 한여름에 에어컨 설치를 하기 어렵다는 것도 요인으로 작용했다. 전자업계는 사전예약 구매자들에게 소형 가전을 제공하는 등 혜택을 증정해 여름 계절 수요를 사계절로 분산시키고 있다.

봄이나 가을 황사 먼지 때문에 주로 찾았던 공기청정기 역시 계절 가전 개념에서 벗어난 대표 제품이 됐다. 특히 겨울에 어린아이가 있어 추운 날씨에 환기를 꺼리던 가정에서 환기 대용으로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또 황사 등 미세먼지 유입이 계절에 상관없이 심해진 것도 수요 증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밖에도 김장철 직전 집중적으로 팔렸던 김치냉장고 역시 양문형 일반냉장고에 김치저장고를 추가한 일체형 모델이 나오는 등 계절 가전에서 벗어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이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는 가전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계절 벽을 허문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