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철저히 수사하되 남남갈등 심화 경계해야

입력 2015-03-07 02:50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초기 대응은 적절했다고 본다. 테러 행위를 강력 규탄하고 한·미동맹이 확고부동하다는 점을 천명함으로써 일단 미국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얻어냈다. 향후 우리 정부의 대미 외교력 약화가 우려되지만 한·미 관계는 큰 틀에서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작 걱정스러운 것은 국내 남남갈등과 북·미 관계 악화로 남북관계 개선이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다. 정부와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종북세력의 소행으로 규정하고 그 배후를 철저하게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엄정하고 치밀한 수사는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이 과정에서 이념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북, 대미 접근법에 대한 보혁 대립은 북한을 이롭게 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정부가 세심하게 상황 관리를 해나가야겠다. 여야 정치권도 다음달로 예정된 재보선을 앞두고 이 문제를 이슈화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이 민화협(民和協)의 위축을 부르지 않도록 유의해야겠다. 민화협은 정권의 향방에 따라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우리 사회 보수와 진보 세력이 화합하고 협력하는 데 일정한 기여를 해왔다.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단체다. 수사 당국이 반헌법적 종북세력은 척결해야겠지만 건전한 통일지향 세력까지 싸잡아 수사하는 것은 금물이다.

북한이 리퍼트 대사 피습과 관련, 언론매체를 통해 ‘전쟁광에 가해진 응당한 징벌’ ‘정의의 칼 세례’라고 규정한 것은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국 내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경우 북·미 관계는 더욱 악화될 것이고, 이는 남북관계 진전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보다 넓은 시각에서 이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북한의 책략에 대해서도 각별히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