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척사대회’ 대신 쉬운 ‘윷놀이’ 어때요

입력 2015-03-07 02:06

그저께가 대보름이었지요. 설부터 대보름쯤까지 ‘척사대회’를 연다는 내용의 벽보나 현수막을 동네 어귀에서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척사가 뭘까요? ‘擲柶’라고 쓴다면 더 어렵겠지요. 굳이 이런 어려운 글자를 써야 할까요.

척사는 ‘윷놀이’입니다. 운명을 걸고 주사위를 던지듯 단판걸이로 승부를 겨룬다는 뜻의 건곤일척(乾坤一擲)에 나오는 던질 ‘척(擲)’자에다 윷 ‘사(柶)’자를 쓴 겁니다. 柶자는 나무(木) 네 조각(四)이니 윷이겠지요.

윷놀이는 봄기운이 돌기 시작하는 이맘때 겨우내 움츠렸던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기지개 켜듯 마을 공터에 나와 ‘걸이야∼ 윷이야∼’ 하며 노는 것이었습니다. 꼭 이겨야 맛이 아닌 놀이였던 거지요.

흔히 ‘도 긴 개 긴’이라는 말을 씁니다. 여기서 ‘긴’이란 윷놀이할 때 말판에서 ‘자기 말로 남의 말을 쫓아 잡을 수 있는 거리’를 말합니다. 도 긴이면 한 칸이고 개 긴이면 두 칸인데 도 긴이나 개 긴은 별 차이가 없다는 뜻에서 ‘거기서 거기’ ‘오십보백보’ ‘도토리 키 재기’ 정도의 의미로 쓰입니다. 그리고 ‘도 개 걸 윷 모’는 각각 ‘돼지 개 양 소 말’을 가리킵니다.

서완식 교열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