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용 앱 ‘바이블25’를 내려받아 ‘손글씨’ 코너를 클릭하면 다채로운 캘리그래피(Calligraphy·손으로 그린 그림문자)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고마워요 예수님이니까’ ‘천국에서 만나요’ ‘사람 낚는 어부’ 등 기독교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들로 매일 새로운 캘리그래피가 게재되는 게 특징이다.
이들 작품을 만드는 사람은 캘리그래퍼 이하루(본명 이주석·53)씨다. 바이블 25 사용자들은 이씨의 작품을 다운로드받아 묵상하는 데 활용하거나 지인에게 전송한다.
최근 경기도 의왕에 있는 카페 ‘이하루의 우연한 산책’을 찾아가 이씨를 만났다. 이씨가 지난해 9월 개업한 가게로 66.1㎡(약 20평) 크기의 아담한 카페 구석엔 3.3㎡(1평)도 안 되는 작업실 공간까지 있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작업실에 앉아 작품 활동에 매진한다고 했다.
“바이블 25에 작품을 연재한 건 2013년 여름부터입니다. 캘리그래피는 그림이자 일종의 짧은 시(詩)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친근한 하나님, 친한 삼촌 같은 예수님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작품을 만듭니다. 캘리그래피를 통해 하나님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이씨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뒤 광고회사에 취업,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다. 1996년에는 서울 서초구에 광고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는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때도 꿋꿋이 버텼다. 10명 넘는 직원을 둔 건실한 회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2003년 회사 인테리어 공사 도중 불이 나면서 그의 삶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공사를 하던 인부와 직원 등 5명이 화상을 입었다. 병원비만 1억원 넘게 나왔다. 회사 운영을 잠시 할 수 없게 된 사이에 오랫동안 거래한 고객들이 전부 떠나버렸다.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돈을 벌었지만 가족들 생계는 사실상 논술 강사인 아내가 책임졌습니다. 캘리그래피에 빠진 건 2008년부터입니다. 대학 달력에 들어갈 시구(詩句)를 캘리그래피로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었지요. 해보니까 저에게 잘 맞는, 재미있는 일이더군요.”
바이블25에 작품을 연재하면서 그는 ‘이하루’라는 예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하루하루를 귀하게 생각하며 살다보면 인생 전체도 풍요로워질 것 같아서 만든 이름”이라고 소개했다.
이씨는 다음 달 18일부터 5월 1일까지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에서 첫 전시회를 연다. 이곳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전국 각지의 교회를 돌며 작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캘리그래퍼가 된 뒤에야 행복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면 저의 남은 삶도 행복할 거라고 믿습니다. 비기독교인 중 단 한 명이라도 제 작품을 본 뒤 교회를 찾을 수 있다면, 하나님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습니다.”
의왕=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친근한 ‘손글씨’로 하나님을 친근하게… 기독교 캘리그래피 보급하는 이하루씨
입력 2015-03-23 0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