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치명상을 피했다. 2시간30분간 봉합수술을 받았다. 자칫 생명이 위태로울 뻔했다.
서울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정남식 의료원장은 5일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며 “리퍼트 대사가 오른쪽 광대뼈에서 아래턱까지 길이 약 11㎝, 깊이 3㎝의 열상(찢어진 상처)을 입었고, 왼쪽 손목과 팔 부위 등 5곳도 신경이 손상됐다”고 밝혔다. 리퍼트 대사는 피습 직후 세종문화회관 인근 강북삼성병원으로 이송돼 컴퓨터단층촬영(CT)을 했다. 지혈 후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2시30분까지 성형외과 유대현 교수팀,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팀이 동시에 진행했다. 다행히 안면 신경이나 침샘 부위 등에는 큰 손상이 없었다. 오른쪽 뺨은 80여 바늘을 꿰맸다. 뺨 위쪽보다 아래쪽 상처가 더 깊었다. 칼날이 조금만 더 아래쪽으로 내려갔다면 목을 지나는 경동맥이 손상돼 치명적일 수 있었다. 불과 1㎝ 차이였다.
수술을 집도한 성형외과 유대현 교수는 “1∼2㎝ 더 깊은 상처를 입었다면 경동맥 손상으로 생명이 위급했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리퍼트 대사가 피습 당시 몸을 움직여 경동맥 손상은 피한 것 같다. 천만다행”이라고 전했다. 유 교수는 “얼굴에 대한 기능적 후유증은 없겠지만 흉터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1∼2년 지나면 눈으로 못 알아볼 정도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퍼트 대사는 얼굴 외에 왼쪽 팔뚝에도 길이 3㎝가량의 관통상을 입었다. 왼쪽 새끼손가락에 찰과상, 약지에 길이 1.5㎝ 상처를 입었다. 칼에 찔린 왼쪽 팔과 손목 부위 척골신경이 부분적으로 손상됐고 힘줄 근육 2개도 파열됐다. 흉기를 막는 과정에서 부상한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측은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으나 신경을 다친 왼쪽 손가락 2곳은 수술 뒤에도 마비 증상 등 후유증이 뒤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부분 수술을 진행한 정형외과 최윤락 교수는 “힘줄 손상이 있는 만큼 수술 후 4주 이상 고정이 필요하다. 새끼손가락 방향 감각 저하가 예상되지만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정상 기능을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리퍼트 대사는 VIP병동인 세브란스병원 본관 20층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병원 측은 “리퍼트 대사의 상태를 지켜봐야겠으나 최소 사나흘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강북삼성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가 옮긴 이유는 평소 리퍼트 대사의 부인 로빈 여사가 우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등 친분이 있어 옮겨서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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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6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