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 대사 테러-세브란스 병원 입원] 의연한 리퍼트 “I’m OK, Don’t Worry”

입력 2015-03-06 02:58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과도 테러를 당한 뒤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에 들어서고 있다. 리퍼트 대사는 얼굴 상처를 80여바늘 꿰매는 봉합수술을 받았다. 연합뉴스

마크 리퍼트(42) 주한 미국대사는 의연했다. 자칫 생명이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을 걱정해준 우리 정부와 국민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많은 피를 흘리고 병원에 이송되면서도 “괜찮다. 걱정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번 사건으로 한·미 관계가 불편해지지 않게 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한·미동맹을 더 탄탄하게 만들 전환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였다.

리퍼트 대사는 5일 피습 후 서울 강북삼성병원을 거쳐 신촌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실려 갔다. 이송차량에서 내리면서 상태를 묻는 미국대사관 관계자에게 “나는 괜찮아. 괜찮아. 이봐, 걱정하지 마(I’m OK, I’m OK. Hey, guy, Don’t Worry)”라고 했다.

수술을 마친 뒤에는 충격적인 사건에 놀란 이들을 위해 트위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리퍼트 대사는 오후 4시35분 자신의 트위터에 “잘 있으며 굉장히 좋은 상태”라고 썼다. 자신을 걱정하는 한국 정부와 국민에 감사도 표시했다. 그는 영어로 “로빈(아내)과 세준(아들), 그릭스비(애견)와 저는 (여러분의) 지지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한·미동맹의 진전을 위해 최대한 빨리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한 뒤 한국어로 “같이 갑시다!”라고 적었다.

리퍼트 대사의 트위터 내용은 최근 어색해진 한·미 관계를 감안한 것으로 읽힌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차관이 일본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하면서 최근 한·미·일 관계에 찬바람이 불던 터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브라더’라고 부르는 리퍼트 대사는 자신의 피습이 다시 한·미동맹을 단단하게 만들 계기가 될 것으로 봤을 수 있다. 뛰어난 정치적 감각을 발휘해 자칫 ‘미국에 대한 테러’로 확대 해석될 수 있는 이번 사태를 반전의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리퍼트 대사가 입원한 병실에서는 종종 그의 웃음소리가 떠들썩하게 터져 나왔다. 그는 세브란스병원 본관 2001호에 입원해 있다. 미 대사관 관계자는 “리퍼트 대사는 사건 발생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아픈 티를 내지 않았다”면서 “저렇게 웃으면 수술부위가 덧날지도 모르는데 걱정”이라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