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4개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5일 새벽(현지시간) 세 번째 방문국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테러 사건을 보고받고 즉각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현지에서 외교안보라인 긴급회의가 열렸고, 김관진 국가안보실장도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주재했다.
◇청와대·정부 초긴장 상태 긴급회의 거듭=박 대통령이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사건 보고를 받은 시각은 새벽 3시13분(한국시간 오전 8시13분)이었다. 사건 발생 33분 만에 UAE까지 보고가 이뤄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 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UAE로 이동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놀라움을 표시한 뒤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철저한 수사 및 경계태세 강화 등 필요한 제반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리퍼트 대사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하며 가족들에게도 심심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미국 정부에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박 대통령을 수행 중인 청와대 및 정부 관계자들도 계속 긴박하게 움직였다. 아부다비에 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박흥렬 경호실장, 주 수석 등 관계자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협의했고, 서울의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김 국가안보실장 등도 아부다비의 청와대 관계자들과 전화 협의를 계속했다.
김 국가안보실장은 오후 NSC 회의를 열고 범인의 그간 반미·종북 행적 여부와 배후세력 존재 여부 등을 철저히 수사키로 했다. 한·미 관계에 대한 영향 분석도 집중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 등에 의한 행위를 방지하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이 비서실장과 국방부·행정자치부 장관, 국무조정실장, 통일부 차관, 국가정보원 2차장, 청와대 정무수석, NSC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앞서 오전 10시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긴급 차관회의가 소집됐다. 정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우리 측 신변보호 책임자를 조사해 엄벌키로 결정했다. 외교사절 신변보호를 강화하고 대사관 등 주요시설에 대한 안전·경비도 점검키로 했다. 리퍼트 대사와 부인에게는 영어가 가능한 근접경호 인력 7명이 추가 배치됐다.
윤 장관은 오전 리퍼트 대사 앞으로 위로전을 보내고 위문품 및 꽃바구니를 전달했다. 오후 4시45분쯤에는 리퍼트 대사와 5분간 통화하며 직접 위로와 안부도 전했다.
◇한·미 관계 영향 최소화를 위해 모든 노력 총동원=외교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한·미동맹 관계에 불똥이 튀지 않도록 가능한 외교채널을 총동원했다.
외교부는 오전 11시 노광일 대변인 명의 성명을 발표하고 “외교 사절에 대한 가해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으며, 특히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의 대사에 대해 자행됐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안호영 주미 한국대사와 조현동 주미 대사관 공사가 사건 직후 미국에서 각각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성 김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동아태 부차관보와 접촉해 유감을 표명하고 사실 관계를 설명했다”며 “이번 사건이 불필요하게 정치적 이슈로 비화해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되며 양국이 이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신재현 외교부 북미국장도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담당 공사참사관과 서너 차례 통화하며 같은 취지의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통화 내용을 설명하며 “미국 국무부가 해명했지만 웬디 셔먼 정무차관의 발언이 오해를 사고, 다시 이런 사건이 생기면서 한·미동맹 관계에 부정적인 인식·오해가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며 “이것이 양국 내에서 확산되지 않도록 긴밀히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은 이 사건이 한·미 관계 등 여타 문제와는 관계가 없는 ‘아이솔레이티드 인시던트(isolated incident·단발 사건)’라고 표현하고, 우리 정부의 신속한 정보 공유와 조치에 사의를 표했다고 한다.
아부다비=남혁상 기자,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관련기사 보기]
[리퍼트 美 대사 테러] 朴 대통령 UAE서… 靑 NSC… 긴박한 대책 회의
입력 2015-03-06 0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