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최저임금 인상 취지는 좋은데… 여력없는 中企·영세업자는 어쩌나

입력 2015-03-06 02:02

최저임금이 화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올해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다”며 불씨를 당겼다. 여야가 일제히 환영하면서 오는 6월 결정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은 역대 최대 인상률 기록 전망마저 나온다. 전체 근로자 평균 임금의 절반에 못 미치는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대의(大義)’를 부정하긴 쉽지 않다. 그런데 최저임금 인상은 한계 상황에 봉착한 자영업자나 중소업체 등에만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오히려 부총리가 언급한 내수 침체 극복과 실질적 소득 증대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저임금 현실화 필요, “평균 임금의 50% 수준 돼야”=최저임금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은 십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논의다. 5일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최저임금은 전일제 기준 임금근로자 평균 임금의 42.4%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중하위권이다. 이런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 최저임금은 2012년 4580원에서 매년 6∼7%씩 올라 올해 5580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는 노동계가 주장하는 1만원 수준에 한참 멀다. 전문가들은 근로자 평균 임금의 50% 수준(7000∼8000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현재 정부가 공공사업 등의 용역을 줄 때 노임단가로 제시하는 것이 8000원 선”이라면서 “이 정도가 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으로 비교적 합리적 단가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도 못 주는 영세 사업체 문제 어떻게=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할 여건이 되느냐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209만명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11.4%에 달한다. 경기 침체가 심해지고 비정규직 등이 확산되면서 최저임금 미만율도 높아진 상황이다.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200만명이 넘는데 이에 대한 근로감독 행정이 허술하고 위반에 대한 제재도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저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체가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라는 점에서 최저임금이 빨리 오르면 이들부터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는 자영업자나 저렴한 외국인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한계기업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채 최저임금만 인상해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자단체는 올해 임금 인상 ‘1.6% 권고’=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 근로자 생계의 현실화를 위한 수단이라는 지적도 있다. 최 부총리가 언급한 실질적 소득 증대나 내수 침체 극복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경영자총연합회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1.6% 범위 내에서 조정할 것을 회원사에 권고했다. 영세 자영업자가 최저임금 7% 이상 인상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큰 규모의 기업들은 사실상 동결에 가까운 임금 인상 의사를 밝힌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반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사실 더욱 시급한 문제”라면서 “기업이 추가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경기회복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