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트 美 대사 테러] 범인 김기종은… 문화 → 통일 → 반일 → 반미 넘나들며 끊임없는 돌출행동

입력 2015-03-06 03:06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습격한 시민단체 ‘우리마당’ 김기종(55) 대표는 시민운동가와 극단적 민족주의자 사이를 넘나들며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였다. 국악과 영화 모임, 풍물교실을 운영하며 문화운동을 하다 2006년 돌연 본적을 독도로 옮기고 ‘독도지킴이’로 활동했다. 2007년 청와대 앞에서 분신(焚身)를 시도하는가 하면 2010년 시게이에 도시노리(重家俊範·70) 전 주한 일본대사에게 시멘트 덩어리를 던져 구속 기소됐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수시로 돌출 행동을 해왔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문화→통일→반일→반미운동=김씨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30여년간 10개가 넘는 시민단체를 만들어 활동했다. 대부분 ‘1인 단체’였다. 1980년 성균관대 법학과 입학 당시 관심사는 문화활동이었다고 한다. 81년 빛그림연구회, 82년 국악모임 한가락 등을 만들었다. 삼수를 해서 어렵게 대학에 간 뒤 2학년 때부터 사법시험을 준비하기도 했다. 사시 준비를 포기한 뒤 84년 사회단체 우리마당을 결성해 탈춤·민요·풍물교실 등 전통문화를 알리는 활동을 했다. 지난해 8월에도 페이스북에 개성지방 민속놀이 ‘만석중놀이’를 복원했다는 글을 올렸다.

분단으로 남북 문화 교류가 단절된 상황에서 그는 통일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여러 단체와 함께 남북 공동 개최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씨는 2006년 11월부터 2007년 4월까지 정부 승인을 받아 8차례 방북했다. 개성에 나무를 심기 위해서였다. 2011년 12월 26일에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분향소를 설치하다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10여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2006년 일본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선포하자 그는 본적을 경북 울릉군 독도리 38번지로 옮기고, 그해 5월 시민단체 우리마당독도지킴이를 설립했다.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독도사랑운동은 곧 민족통일운동”이라고 말했다.

이런 ‘반일(反日)’ 활동은 최근 ‘반미(反美)’로 달라졌다. 지난달 24일 ‘전쟁반대 평화실현 국민행동’이 주최한 미국 대사관 앞 기자회견에 참가해 “남북대화를 가로막는 전쟁훈련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반복되는 돌출행동=김씨는 끊임없는 돌출행동으로 더 유명했다. 2010년 7월 ‘한·일 공동번영’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 시게이에 전 대사에게 지름 약 10㎝와 7㎝ 크기의 시멘트 덩어리를 던졌다. 독도를 ‘다케시마’라고 부르면서 어떻게 공동번영을 얘기할 수 있느냐는 게 이유였다. 외국사절 폭행 혐의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2007년 10월 19일에는 ‘우리마당 습격사건’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분신했다. 서울 창천동 우리마당 사무실을 괴한 4명이 습격해 안에 있던 여성을 성폭행하고 달아난 사건이었다. 김씨는 목숨을 건졌지만 중화상을 입고 1년여간 치료받았다.

김씨의 성균관대 후배인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5일 “돌출행동을 반복적으로 해왔던 분”이라며 “극단적 민족주의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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